드라마 08. <미스 함무라비>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들

by 설원에서
image.png 미스 함무라비 5화, 곽정환 연출, 문유석 극본, 2018.06.04, JTBC


이 장면은

배석판사가 부장판사를 고발하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리는 장면이다.


이 드라마에선 이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내가 있던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우리 팀에서는

서울대교수와 협업하여

중학생 대상 교재를 만들었었다.

담당이사와 팀장은 교수와 우아하게 회의했고

실무자들과 조교를 비롯한 제자들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


그런데

선배 한 명이 퇴사날

핫라인으로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다.

과한 계약금을 주었고

내용도 부실하며

업무진행도 일정보다 늦다는 내용이었다.


선배의 퇴사 다음날 아침

이 사실을 알게 된 팀장은

흥분하며 백업된 메일 내용을 찾아

담당이사와 공유하고

대표에게 불려 갔다.


대표실에서 온 팀장은

깔깔 웃으며 담당이사실로 들어갔다.

결과는 그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같은 사안을 문제로 보고 있는지

부당한 부분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조사하는 절차도 없었다.

우리도 선배의 폭로 이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비겁했다.

누구보다 그 선배가 비겁했다.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 선배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우리에게 말했지만

문제 제기 이후에 조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퇴사하는 선배에겐 남의 일일 뿐이었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때를 비롯해서

그때보다 더

용기를 내어 결단을 내렸어야 했던

그런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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