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했던 순간들
이 장면은
배석판사가 부장판사를 고발하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리는 장면이다.
이 드라마에선 이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내가 있던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우리 팀에서는
서울대교수와 협업하여
중학생 대상 교재를 만들었었다.
담당이사와 팀장은 교수와 우아하게 회의했고
실무자들과 조교를 비롯한 제자들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
그런데
선배 한 명이 퇴사날
핫라인으로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다.
과한 계약금을 주었고
내용도 부실하며
업무진행도 일정보다 늦다는 내용이었다.
선배의 퇴사 다음날 아침
이 사실을 알게 된 팀장은
흥분하며 백업된 메일 내용을 찾아
담당이사와 공유하고
대표에게 불려 갔다.
대표실에서 온 팀장은
깔깔 웃으며 담당이사실로 들어갔다.
결과는 그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같은 사안을 문제로 보고 있는지
부당한 부분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조사하는 절차도 없었다.
우리도 선배의 폭로 이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비겁했다.
누구보다 그 선배가 비겁했다.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 선배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우리에게 말했지만
문제 제기 이후에 조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퇴사하는 선배에겐 남의 일일 뿐이었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때를 비롯해서
그때보다 더
용기를 내어 결단을 내렸어야 했던
그런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