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람 Aug 18. 2021

강제 미니멀 라이프의 위기

쉐어 하우스를 떠나 고시원에 입실했을 때, '그래! 나도 미니멀 라이프 할 수 있어!'라고 호기롭게 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근 한 달도 되지 않아 위기가 찾아왔다. 그 당시, 겨울이었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었던 나는 외출할 때, 껴입을 옷이 필요했다. 그렇게 옷을 하나, 둘, 양말을 하나, 둘 사다 보니 옷장과 서랍장이 가득 차 버렸고, 몇 가지 옷들은 옷장 밖으로 나오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래도 자취한 지 4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미니멀 라이프에 실패할 수는 없었다. 특히, 이곳에서 최소 6개월은 거주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압축 팩이었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찾아보니까 고시원에서 압축 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취방에서 본가로, 본가에서 서울의 쉐어 하우스로 이사할 때, 요긴하게 썼던 친구인데, 이사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게 될 줄이야. 다행히 본가에서 서울로 이사 올 때, 가져온 미니 청소기가 있어 압축 팩만 구입하면, 큰 짐을 압축해서 보관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점은 이 압축 팩이 들어간 옷을 입어야 할 땐, 압축을 풀어야 한다는 것. 번거롭긴 했지만, 공간이 작다 보니 여러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본가에서 서울로 올라 올 때, 가져온 옷들 중,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은 1차로 압축 팩에 넣어 침대 밑에 보관했다. 그리고, 계절에는 맞지만 활용도가 떨어지는 옷은 2차로 압축 팩에 넣어 옷장에 고이 넣어 두었다. 계절에도 맞고, 활용도가 맞는 옷들은 꺼내 입기 쉽게 서랍장이나 옷장에 넣어 두었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아주 작은 여유가 생겼다.


하나, 둘 정리하고 보니까 꽤나 몸이 피곤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 그렇게 많은 짐을 가져 온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방에서 아등바등하다 보니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 한숨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근데, 누워서 문득 든 생각이 '옷장은 이렇게 정리했지만, 냉장고 공간은 어떻게 하지?'였다. 방 크기가 작은 만큼 냉장고도 제법 작았기에 반찬을 많이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을 삼시세끼 챙겨 먹는 편이 아니었기에 아직은 괜한 걱정인 것도 같았다. 일단, 위기는 잘 해결했으니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앞으로 더 이상의 위기는 없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어쩐지 삼촌 같은 느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