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시절의 마음일까?

by 심온

중학생 같다는 말을 들었다. 외모가 그렇다면 기쁘게 웃었을지도. 하지만 역시나.


내 낙서들이 중학생 같단다. 유치함의 완곡한 표현인가 싶었지만, 그런 평가는 이미 살갗에 새겨진 흉터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그 시절의 감성이 여전히 내 안에 숨 쉰다는 것. 그것을 드러내는 용기가 있다는 것. 그게 "중학생 같다"는 평가의 본질이라 했다.


중학교 3학년, 시간을 아끼려면 지름길로 가야 했지만 굳이 돌아가던 길. 담장 너머로 흘끗 훔쳐보던 그 순간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다. 옅어졌을 뿐.


고등학교 2학년, 지갑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무거웠던 시절. 달과 별과 꽃들과 바람을 문자로 옮겨 담아 건넸던 그 시간의 열병이 아직도 나를 데운다. 미지근하게.


서울의 거리에서 낯섦과 혼란 속에 길을 잃던 스무 살의 무모함. 그 무모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그저 떨쳐내지 못한 미련일까.


이뤄져서는 안 되었던 스물일곱의 차가운 겨울, 그 시간은 내 안에 녹지 않는 얼음으로 남아있다. 가끔은 그 차가움이 오히려 위안이 된다.


나는 일상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탈출을 꿈꾼다. 마모된 시간의 이음새를 지나, 그 사이로 몸을 빼내고 싶다.

진짜 나, 혹은 정의되지 않은 나를 풀어놓을 공간. 누구의 시선도, 판단도 닿지 않는 곳으로.


매일 덧입는 인격이라는 도료가 피부에 달라붙어 숨이 막힌다. 층층이 쌓인 가면 아래, 본래의 얼굴은 점점 희미해진다.


하지만 삶은 그런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경계에서만 맴돌게 한다. 그래서 나는 긁적인다. 검은 잉크로 흰 종이 위에 자국을 남긴다.


마주 보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틈 사이로는 아무도 손을 뻗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표면만 스치고 지나간다.


그 공허함이 날카롭게 파고들지만, 결국 그 감각마저 불필요한 사치다. 내 욕심에 불과하다. 어쩌면 그 공허함조차 스스로 만든 환영일지도.


정신연령? 그런 건 누가 측정할 수 있을까.


가시덤불로 뒤덮인 샛길을 걸으며 배웠다. 아름다운 꽃이라도 함부로 손을 뻗지 않는 법을. 따가운 햇살 아래서는 그늘의 필요성을. 가시에 찢긴 상처는 이제 대수롭지 않다. 부어오르는 감각도, 아픔도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나면 흔적만 남고 아물어간다.


이런 것을 깨달았다면, 그저 살아남았을 뿐인데도, 누군가는 그것을 성숙함이라 부르려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의 나이는 시간이란 족쇄에 묶여 어느 한 지점에 고립되었다.


무심코 던지는 의문들. 세상이 강요하는 전진만이 유일한 방향인가? 과거의 감성을 간직한 채로는 현실에 발을 디딜 수 없다는 건 누구의 판결인가?


세상의 파편들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내 목소리는 타인의 응답이 아닌 벽에 부딪혀 변조된 내 울림뿐이란 걸 이제는 안다.


그럼에도 이 마음을 지우지 않는다. 유리관 속 표본처럼 그대로 두었다.


세상의 언어를 습득했다고 자부하면서도, 여전히 그 시절의 벌거벗은 솔직함이 그립다. 누군가의 스치는 미소에 하루가 뒤집히던 예민한 감각은, 아마 내가 잃어버린 가장 값진 것일 터. 모든 성장이란 그런 감각의 한 조각을 대가로 치르는 거래인지도.


일상의 균열 사이로 살며시 빠져나가, 그 마음을 꺼내 만져본 후 다시 제자리에 넣고 현실의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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