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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미 Oct 15. 2024

돌이야. 누나는 아직 널 못보내겠어.

다시 애도에 대해...

그동안 너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동안 누나는 너에 대해서 매일 생각만 했어.

너에 대한 누나의 마음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인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처음 너에 대해 쓰겠다고 생각한 건 온전한 너에대한 애도와

너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는데....

점점 누나의 넋두리같아져서 과연  계속 쓸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었어...


그러다가 며칠전에 얼마전까지 프로젝트를 같이 했었던 분을 만났어.

그분은 네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때 그리고 네가 짧은 투병중이었을때 같이 일했던 분이라.

너를 본 적은 없지만 네 사진을 보거나 네 이야기를 듣거나 한 분이었지.


그 프로젝트는 공중분해되었어, 돌이야....

너도 알아차렸겠지만 그 프로젝트에 누나는 꽤 연연했어.

너의 마지막 1년을 누나는 그 프로젝트에 눈이 팔려 너를 오래 혼자 집에 두기도 했고

너의 마지막 1주일 전 폐가 하얗게 되어 숨쉬기가 어려웠던 날도

그것도 모르고 프로젝트때문에 집을 비우기도 했었지.

그렇게 매달렸는데, 그 프로젝트는 공중분해되어 버렸단다.

그때 누나가 그 일에 매달리지 않고 좀 더 너와 시간을 보냈다면

너는 심장이 아프지 않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마지막 1년간 자주 너를 집에 혼자 있게 한게 너무 미안하고 후회가 돼...

무엇을 위해 너의 목숨이  깎여 가고 있는데 그것도 못 알아차리고..

무엇이 중요하다고... 너를 기다리게 했나...

모든 것이 다 결과론 적이지만...

누나는 너를 가장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너무 후회가 된다.

그때는 네가 언제나 늘 누나 곁에 있을줄 알았어...

아니 네가 나이가 들어 갈 수록 언젠가 이별할거다.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그건 그냥 준비일뿐이었지. 그런일이 닥칠 거라고  사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네가 2달에서 4달이라고  시한부를 선고 받았을때도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방심했었나봐...

네가 2달도 다 채우지 않고 서둘러 누나 곁을 떠날 거라곤.... 네가 하늘나라로 간 그날 그 순간에도

인정할 수 없었다....


너를 보내고 누나는 모든 것이 다 허무하고 싫어졌어.

그렇게 매달렸던 프로젝트도 스스로 손을 털다시피 했어.

아무것도 의미없고 다 바보짓 같았어.

네가 없는데 너를 잃어버렸는데...

뭘 하겠다는게.. 특히 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게 너무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아...

그렇게 특별한 해산과정도 없이 알아서 다들 빠지듯이 그렇게 프로젝트가 사라지고

이제 넉달 쯤 된거 같아...


누나보다 한참이나 나이어린 그분이 오랫만에 연락이 왔을때 의례적인 추석인사 쯤인가 했는데...

시간을 내서 만난 그분이 누나에게 무언가 어어쁜 상자를 내밀었어.

생뚱맞은 선물에 뭐예요? 하면서 누나는 가볍게 상자를 열었어.


그리곤 누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막지 못했어..

상자안엔 너의 모습을 본딴 작은 석고조각이 있었다....

너의 사진으로 만든 조각상…



그분은 너를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단체 톡방에 누나가 네 자랑하느라  올린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가

네가 하늘나라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석고상을 주문했대.

그런데 우리 프로젝트가 와해되면서 누나에게 건네 줄 타이밍을 놓쳤던거야...

너를 본적은 없지만 네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너를 애도해준 그 진심이 너무너무

고맙고 고마웠단다.  누나가 한심하게 울고만 있는 동안 그분은 현명한 애도의 방법을 찾아서

너를 기념하고 기억하게 해준거야...


너의 조각상을 거실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 두고

매일 보면서...

누나는 애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

구질구질 넋두리라도  인위적이라 여기는 글이라도...

그렇게 너에 대한 기억을 되새김질 하고 또 기록하는 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존재하는 네 영혼을 그렇게라도 호명하고 축복하고 기원하면

너는 그 에너지를 받아 조금쯤은 더 행복할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누나는 다시 이 페이지를 열었어...

누나가 너를 마음으로부터 산뜻하게 보낼 수 있을 때까지..

너를 마음껏 기억하고 애도하고 또 기억할거야...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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