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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미 Nov 18. 2024

돌이야. 누나는 아직 널 못보내겠어.

너의 의미

네가 떠나고 지금까지 계속 누나는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어.

너는 누나에게 어떤 존재였던가...

너에게 누나는 어떤 존재였던가...


나는 너를 '돌이'라고 불렀어.

그 이름은 시어머니가 붙혀주신 이름이었지만.

딱 네게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돌이'라는 소리가 네 이름인걸 금새 알아차려주었지...


나는 또 네가 나를 '누나'라는 소리로 인지하게 했어.

사실 너에게 나를 어떻게 위치지어 인지시킬까.

아니다.... 어떤 소리로 불리는 사람으로 인지시킬까 고민한 끝에 그렇게 네게 알려주었어.

너는 말을 하지 못하니 나를 한번도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때로 형아( 이또한 너에게 남편을 그런소리로 불리는 사람으로 인지하도록 만든 호칭이지만)가

누나 어딨어 하면 금새 나를 향해 쌩 달려오거나 나를 바라봤으니

너는 나란 사람을 '누나'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인지했지.


너의 누나. 너의 형아.


하지만 나와 네가 아는 '누나'라는 소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누나'의 의미와는 달랐어

마찬가지로 '형아'도 그랬지.

너에게 아마 누나와 형아는  여자보호자. 남자 보호자를 일컫는 소리였을거야...

아니... 보호자가 아니라...

그래... 뜻으로는 누나는 엄마. 형아는 아빠라는 의미로 와닿았을거야...


작년 함께 찍은 가족사진. 너의 개구장이 표정이 좋았어


너는 처음에 시아버지를 여의신 시어머니께서 혼자 사시는 시골생활에

적적함을 달래줄 존재로 너를 원하셨기에

 '엄마'라는 소리는 시어머니께 드릴 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이리 말하면 시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시어머니는 믿을 수 있는 온전한 보호자는 아니셨던것 같아.

너를 당신 나름의 마음으로 이뻐 하셨지만

누구보다 당신이 먼저이신 시어머니는 네게 안정감을 주고 영원히 따르고 싶은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지 않으셨고 그래서 너에게는 보호자의 의미를 주지 못하셨던 것 같아.


너는 양수리에서 시어머님과 살 때도 주말에 오는 우리만 눈빠지게 기다리는 강아지였지...

너는 우리를 너의 보호자로 정하고

시어머님은 어쩌면 네가 지켜줘야할 조금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생각했던 것같기도 해.


'엄마'라는 소리도 사실은 시어머니 당신은 본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셨어.

시어머니에게 너는 그저 자신의 외로움과 화려함을 채워줄 말 그대로 '펫'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아마 너도 마음으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네가 5살때까지는 주말에만 만난 우리를 마음으로 부터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고

주중에 내내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그때 어머님과 불안정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너를 누나가 과감하게 데려오지 못한게

지금까지도 내내 후회가 돼.

너는 주중 내내 기다려 금요일 밤에 만나는 우리를 반기며 너무 기뻐했지만

또 그렇게  매 주 일요일 너를 남겨두고 가는 우리에게서 섭섭함을, 외로움을 느꼈을테지...

너를 데려가라고 너는 얼마나 소원했을까.....

그런 너를 어머님께 두고 오면서 사실 누나도 너무 힘들었었어..

너와 함께 하지 못한 주중의 날들엔 늘 네가 걱정되었고

그래서 금요일 밤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너를 보러갔어...

그때 정말 왜 그랬을까... 그냥 너를 누나곁으로 데려왔어야 했는데....


어머님이 누나집 옆으로 이사 오신 다음

바로 너를 미련없이 누나에게 보냈을때

누나는 정말 어머님은 너를 사랑하기보단는 본인의 필요때문에 옆에 두셨구나 다시한번 깨달았어..

그래서 또 후회 했지.... 그동안 네가 참 힘들었겠구나...

그런데도 눈치 보느라 그토록 서로를 사랑하는 우리가 떨어져있었다는 게 조금 화가 나기도 했었어...


우리가 내내 함께 살게된 2015년 11월



5살 무렵 아마도 그때도 가을부터 우리는 매일매일을 같이 붙어 있을수 있었지...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같이 잠이 들고... 같이 산책하고...

네가 떠나기 전, 같이 매일매일을 보낸 그 8년간이 누나 인생에 있어서는  너무나 보석같은 시간이었구나....

너도 말은 할수 없었지만 표정으로 누나와 함께 있는 시간의 행복을 보여주었어.

불안해 하던  표정이 사라졌고 불안하면 자기도 모르게 앞발을 들던 제스춰도 사라졌어.

표정이 당당해졌고. 털에 윤기가 나고 조금씩 살도 찌기 시작했지..

장난기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자리에 자신감이 들어왔어.

너는 위풍당당하고 우아한 강아지가 되어 주었어...

너의 그 모습이 얼마나 좋았던지.... 네가 눈치를 보지 않고 네 존재를 주장할때면

그 모습이 또 얼마나 흐뭇했는지....


누나와 함께 살면서 마음아 편해진 것 같았던 너



그래서 누나는 네가 진짜 엄마로 생각한 사람은 비록 엄마란 소리는 아니었지만

누나란 소리로 인지된 내가 아니었을까...

진정한 의미로 너에게 엄마는 누나가 아니었을까...

아니 그랬기를 바래고 또 바래...

네가 누나와 지낸 8년간 그나마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게

네가 누군가를 보호해야만 하는게 아니라,  

너를 끔직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했길 바래...

그렇게 돌이와 누나와 형아 셋이서 행복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길 바래...


누나의 작업실에서 눈오는 날.. 높은곳에서 창밖보는걸 좋아했지.



요즘 누나는 너에게 누나가

누나에게 네가 어떤 의미였을까.... 자꾸 곱씹어 보아...

너와 함께 있을땐  언젠가 먼저 떠날 아이니까...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니까..

그 나름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네가 떠나고 난 후 그 나름의 관계란건 그냥 생각뿐이었음을 께달았단다...

너는 누나의 아이, 아니....그 이상의 존재였음을...

이른 이별을 할 존재라고 각오했지만... 막상 네가 떠나고 난뒤...

이 아픔은 솔직히 상상도 못한 만큼이라....

대체 너는 누나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아직도 모르겠어...


부모님을 여읜 슬픔도 경험했던 누나라

너를 잃은 슬픔도 잘 어루만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 슬픔은 무어라 말할수 없는 감각이야...

슬픔의 크기나 무게가 아니라

빛깔이 다른 슬픔이야...


그래서 누나는 여진히 모르겠어...

너는 누나에게 어떤 의미였던 걸까...

대체 어떤 의미였길래...

이렇게 누나는 상상하지 못할 슬픔속에 있을 걸까...


누나가 건너건너 아는 어떤 분께서 그런 말을 하셨어...

그분은 자신의 강아지가 자식은 아니라고..

그렇다고 펫도 아니라고...

가족이라고....


누나 마음의 1등!



그래... 가족...

누군가를 보호하고 보호받는게 아니라 서로를 그저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

너는 펫이 아니고 그렇다고 자식도 아니고..

친구이고 가족이고 반려이고... 그리고 그 더 이상의 어떤 존재...

아직 누나가 규정짓지 못한 감정을 나눈 존재....

그것은 사랑?

아니 그건 인간이 말하는 사랑은 아니야...

그게 무언지 아직 모르겠어...


돌이야 너는 대체 누나에게 어떤 의미였던 걸까...

대체...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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