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que de la Memoria" Part 1.

by Dori Lee

Letters from Argentina는 이도리가 아르헨티나에서 Independent Research를 하면서 방문한 많은 곳에서 직접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며 수집한 기록들을 소중한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April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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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The Remembrance park (Parque de la memoria) is a public space situated in front of the Río de la Plata estuary in thenorthern end of the Belgrano section of Buenos Aires. It is a memorial to thevictims of the 1976–83 military regime, known as the National ReorganizationProcess, during the Dirty War, a period of unprecedented state-sponsoredviolence in Argentina. https://en.wikipedia.org/wiki/Remembrance_park)


오늘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방문한 곳은 Parque de la Memoria라고 하는 굉장히 넓은 공원이었어요.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자면 “기억의 공원” 정도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지내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심가에서 약 40분 정도 떨어진 강가 근처에 위치한 기념 공원인데, 군부독재 시절 희생된 수많은 젊은이들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들과 기념비들이 위치한 곳이에요. 실제로 유가족의 가족들이 예술적으로 자신들의 loss를 표현한 작품들도 볼 수 있었어요.


군사정부가 끝난 이후에 아르헨티나 정부 차원에서 인권 유린에 대해서 매우 많이 각성하고 인권 옹호에 관련된 활동들을 굉장히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대외적인 이미지를 신경 쓰면서 인권을 보호하는 나라로 굳히려고 애를 쓰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 공원도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래요.


일단 공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비교적 먼 거리를 처음 타보는 외곽 지역 버스를 타고 혼자서 가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잔뜩 쫄아 있었어요. 그렇게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기사 아저씨 옆에 딱 붙어서 “Aqui(여기요?)” 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마침내 아저씨의 도움으로 도착하게 된 이곳은 제가 평상시에 생활하던 복잡한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심과는 사뭇 다른 한적한 분위기에 또 평일이라 사람도 거의 없는 (공원 아저씨가 방문자를 보고 반가워서 달려 나온 걸 보면… 이곳에 사람이 온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를 예측할 수 있었어요…) 사람이 많이 없었구나… 생각했어요. 가슴 아픈 비극을 당한 이들을 방문해서 위로해주고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마저 많이 없다는 게 공원 들어가기 전부터 조금 마음이 아팠어요.


공원에 들어서고 나서는 넓고 푸르른 초원에 중간중간 아픔을 기억하는 조각상들이 있어서 돌아다니는 내내 울컥울컥 했어요. 앞에 Rio de la Plata라는 강이 있고 공원 자체는 너무너무 아름다운데 이런 곳이 불과 40년 전에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제가 갔을 때, 유독 나비들이 엄청 많았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나비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건 처음 봤어요. 혼자 공원 걸어 다닐 때마다 나비들이 계속 따라다녔어요. 그냥 제 느낌에 불과한 거지만, 마치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한 맺힌 슬픈 나비들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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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Sin Titulo (제목 없음)’인 이 작품은 보시다시피 세 사람의 형상이 엄청 단순화되었어요. 처음 설명을 보지 않고, 그냥 작품만 감상했을 때는, 저는 이 장소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세 분류로 나눈 걸로 생각했어요. 길쭉한 네모난 몸통이 남자를 상징하고, 반대쪽의 삼각형이 여자를 상징하고, 마지막으로 약간 뒤쪽 가운데 위치한 형상은 아이를 임신한 임산부의 모습을 나타내는 걸로 생각했어요.


물론 작품을 보고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도 알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만든 예술가의 의도에 의하면, 3개의 조형물로 형상화된 사람들은 1970년대 굉장히 유명했던 작가 부부의 세 아이들의 모습이래요. 이 세 아이들이 1976년 1977년에 (이 시기가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부 초기라 그 어느 때보다도 피의 공포정치를 할 때였어요. 대부분 희생자들은 이 1976~1977년 안에 발생했어요) 납치당한 이후에 그 모습을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대요. 그래서 이 조각상에서 보이는 것 같이, ‘모습을 찾을 수 없어서’ 속 안을 텅 비게 표현했고, 비록 육신은 찾을 수 없지만, 영원히 기억되고 억울하게 희생됨을 표현하기 위해 테두리는 강하고 분명하게 표현한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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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제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작품”하면 완벽하게 완성이 된 후에야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미완성이 완성을 의미했고, 무엇보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이 너무나도 상징적이고 의미 있어서 더 돋보였어요.


사진에서와 보는 것 같이 삼각형이 완성되지 않았어요. 뭔가 덜 끝나고, 미완성된 느낌이죠. 이런 불완전함은 우리 삶에서 한순간 없어진 실종자들을 상징해요. 그들의 삶은 미완성되고, 저 작품처럼 갑자기 뚝 끊겨버린 것과 같죠.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이 ‘ Victoria (승리)’잖아요. 작품 자체를 보면 굉장히 무겁고, 어딘가 결핍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제목이 ‘승리’라니... 좀 이상하게 생각이 되어서 설명을 보니까,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이 매우 신기해요. 제가 사진에도 담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 작품 이 놓인 자리에 마치 그림자처럼 작품의 형상이랑 똑같이 땅이 파여 있고, 그 파인 부분을 돌로 메꿔놨어요. 이 작품이 만들어질 때 처음에 땅에 이 형상의 틀을 만들어 똑같이 파내고, 이 파인 부분에 석회를 넣어서 cast처럼 만든 다음에 완전히 응고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걸 땅에서 그대로 수직으로 들어 올린 거래요. 이게 상징하는 것은 군부 정권 때 묻히고 가려졌던 진실들을 그대로 세상이 다 볼 수 있도록 보여준다는 것을 상징한대요. 땅 속에 파묻힌 진실을 수직으로 들어 올려 이젠 온 세상이 진실을 아는 것이 ‘승리’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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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세 개의 공간이 뒤엉킨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에요. 사진으로 잘 보이는지 모르겠는데, 이 세 ‘집’과 같이 생긴 공간은 다름 아닌 감옥이에요. 가까이서 보면 쇠창살이 있고, 벽면을 빨간색으로 표현해서 더 살벌한 기운이 느껴져요. 마치 피를 상징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감옥들의 문이 모두 열려 있어요. 그리고 감옥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굉장히 경직되고 차가운 느낌의 따닥따닥 붙어있는 모습이 아니라 마치 떼굴떼굴 굴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고, 벽이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이긴 하지만 밖을 볼 수 있는 유리로 되어있어요. 그래서 감옥 안에 있는 감옥수들의 탈출과, 자유를 상징하죠. 그들이 밖으로 나가서 자유를 만끽했으면 하는 염원을 담은 작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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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도 제가 참 좋아한 작품이에요. 제목은 ‘ Pensar es un hechorevolucionario… (To think is a revolutionary act)’입니다. 이 작품에 쓰여있는 글씨를 자세히 보면 제목이 그대로 드러나요. 이 작품은 두 개의 steel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작품 동기를 보니까, 당시 군사 정부 때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불순한 사상의 책으로 간주되면 그 책을 소유한 사람도 불순하다고 여겨져 끌려가고 하던 사상적 탄압을 상징하는 작품이래요 (이거 보면서 ‘문화혁명’ 생각나고 우리나라 군사정권도 생각났어요). 그런데, 제가 재미있다고 느낀 건, 이 작품을 표면적으로 보면, 매우 큰 어두운 색 철로 되어있어서 마치 당시 군사 정부의 강악적인 억압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씨가 한 번에 읽히지 않고 끊겨 있어서(Pernsa-resun-hecho-revol-ucion-ario…) 당시 군부 정권의 사상탄압을 마치 비꼬는 것처럼 느껴지고, 또 이 글씨가 막힌 게 아니라 뚫려있어요. 그래서 뒤의 넓고 탁 트인 풍경이 글씨 사이로 보여요. 마치 군부의 억압 속에서도 안에서는 꾸준히 자유로운 생각을 하던 당시의 젊은이들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굉장히 재미있게 느낀 작품이죠.



다음 작품들은 Letters from Argentina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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