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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아키아를 보며 무당에 대해 알아보았다.

by 도롱이

평생에 점집을 딱 한 번 간 적 있었다. 6년 전, 타마시텐이라는 텐동집을 하던 형이 안강에 위치한 점집이 유명하다고 해 혼자 방문했었다. 자신의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까지 전부 맞췄다며 어찌나 들떠있던지.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무당은 오은영 박사처럼 모든 걸 이해 한다는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예~?"

난 살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적도 올라간 적도 없는 편의 파도가 적은 사람이었다. 그 후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 옆 쪽 제단엔 금색 불상과 잭다니엘, 로얄 살루트, 발렌타인 같은 술들이 놓여있었다. 그녀가 모시는 신은 오크향을 되게 좋아하나보다. 사실 그냥 그녀가 좋아하는 것일지도.

그녀는 10분 동안 나에 대한 정보를 늘어 놓았고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난 계속해서 "아니에요","그런 편은 아닌데","아...네" 와 같은 대답만 헀고 하도 답답해 미끼 질문을 던져보았었다. 내가 "장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말하니 "손님이 없지?" 대답헀고 난 "아니요. 장사는 잘되는데 이문이 생각보다 적어요." 이렇게 대답하니 그녀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렸다. 사람 간에 이러한 대화는 예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예의 차리자고 예예 거리며 돈을 내러 간 곳은 아니었기에, 난 재미없고 그녀는 기분 나쁜 대화로 끝이 났다.

그 날 위스키를 좋아하는 신은 화가 났을까, 아님 그 신은 이미 로얄 살루트는 질렸다고 달모어, 야마자키 같은 초고급 위스키를 바치는 만신에게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오마이뉴스'라는 신문사에 따르면 전국에 신당을 차린 무당이 약 60만 명이라고 한다. 전국의 목사님과 스님과 신부님을 합한 수가 약 7만 3천이다. 우리나라 국교는 무교가 아닐까 싶다.

난 이 국교와도 다름없는 무속신앙에 대해 뿌리 깊은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신이 있다면 왜 미래를 보는 것이며, 귀신들이 뭔데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며, 그들이 신에게 닿으려고 하는 GOOD과 GOD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했다. 물론 말장난 농담이다.

이렇게 미워하다 보면 상대를 알고 싶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여담이지만 연애가 안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상대가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어보라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좋아하게 만드는 것보다 확률이 높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무교(巫敎). 여기서 巫자는 '무당 무'이다. 거꾸로 해도 무당무. 윗 가로획은 하늘을 뜻하고 아래 가로획은 땅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을 연결하는 하나의 기둥이 있고 '사람인'자가 두 개가 있다. '사람인'이 두 개라는 것은 보통 한자에서 춤을 추는 것을 뜻한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춤을 추는 사람. 그것이 바로 무교의 핵심 '무녀'를 뜻한다. 무녀를 높여 부르는 말로는 '만신'이라고 불린다. (만신은 순우리말이다.) 오늘날에는 '박수'라는 남자 무당도 있지만 본래 무당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무당은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아는 '강신무'다. 강신무는 내림굿을 받고 이후로 무당으로 살아가는 무당을 뜻한다. 강신무는 내림굿을 받기 전, 평균적으로 7년정도를 신병으로 고생한다고 한다.두 번째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거의 사라진 '세습무'라는 유형이다. 세습무는 신내림을 받지 않고 50~100 가구가 모인 마을에 거주하며, 마을의 중요행사인 '굿'을 주관하는 무당이다. 그 굿의 종류에는 재수굿, 삼재풀이굿, 마을굿 등등 주로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다. 현대로 따지면 뮤지컬이 있는 축제 정도로 봐도 좋을 것 같다. 굿이 열리는 곳엔 춤이 있고, 타악기가 있고, 음식이 있다. 이것은 하나의 볼거리와 위로거리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도 아주 높다.


그리고 지역별로 차이도 존재한다. 내림굿을 받은 강신무는 주로 서울, 강원의 문화였다. 밑지방인 경상, 전라권은 세습무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은 아마도 속도에 있다고 본다. 비교적 도시권인 한양, 서울 쪽에선 빨리 해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굿을 하는 것보다 신을 만나 얼른 답을 듣고 싶어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굿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세습무와 강신무가 하는 굿의 종류도 조금씩 다르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한다.


무교는 역사가 싶은 만큼 아주 다양하게 변화해 왔고 포용력 또한 정도가 없을 정도다. 우리가 흔히들 떠올리는 신들은 장군신, 선녀신, 용왕신 이런 것들이다. 장군신이라 하면 조선시대의 빨간색 두꺼운 갑옷을 떠올리거나 고려시대의 검은색에 황금색 금속이 박힌 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장군은 1000년에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1950년에도 존재했다. 인천 지역의 한 만신은 맥아더장군을 몸주신으로 섬겼다. 이러한 포용력이 가능한 것은 경전이 없는 것이 큰 이유일테고, 다신교적 성격이 강하게 띤다는 것도 한 몫할 것이다. 맥아더 신을 모시는 만신의 제단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옥수수파이프 담배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내가 무교를 싫어한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미래점지를 우선순위로 두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한한 무교의 포용력 때문에 발생한 오해였다. 만신은 미래를 점지하는 역할도 하지만 그것이 본질이 아니다. 만신의 본질은 굿에 있고 굿의 본질은 위로다. 만신은 타로카드를 만지지도 않고 생년월일을 묻지도 않는다. 그들이 미래점지를 하는 방식은 오로지 신탁으로만 이루어진다. 그러니 현대의 대부분의 무당들은 본질에 벗어난 무당들이다. 그들은 산을 타고 공양을 하는 대신 사주팔자와 주역을 들여다 보고 심리학과 콜드리딩을 공부한다. "최근에 고민이 많았겠어",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면은 여린 사람 같아" 마치 끼 많은 게이와 같은 말투, 큰 목소리와 강한 화장, 부릅뜬 눈으로 사람을 위축시킨다. 그들은 무당이 아니다. 무당은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안심을 시키는 존재들이다. 그들도 무당이라면 불을 지르는 소방관이라는 말과 동의가 된다. 무당의 원칙을 내 나름 적어보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1. 신에 대한 공경과 인간에 대한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

2. 손님에게 불안을 강요하거나 굿을 강요해선 안된다.

3. 굿을 할 때는 신의 뜻을 과장하거나 축소하여 전해선 안된다.

4. 신성한 신을 모시는 존재이기에 몸과 정신을 깨끗이 하여야 한다.

5. 손님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유출해선 안된다. 또는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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