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별일 없이 지내는가요
우중충한 하루가 별일 없이 저물어 갑니다.
하루 종일 창밖을 쳐다보지 않았더니 비가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멋쩍은 마음에 늦은 인사라도 건넬까 창문을 열어봅니다.
도로는 빨강, 노랑, 또 초록으로 물들고, 사람들은 눈이 부신 듯 우산 뒤에 꽁꽁 숨습니다.
가뜩이나 눈길조차 나누기 힘든 우린데, 야속하게도 몇 없는 눈길까지도 빗물과 함께 우산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TV 안에도 온통 감염자, 확진자, 사망자와 같은 우중충한 단어들이 가득합니다.
역시 행복한 일들이 있는 날보다는, 불행한 일들이 없는 날이 행복한 날인 것일까요.
별일 없이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즈음, 문득 당신도 나같이 별일 없는 하루를 보냈을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별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