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다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꽤 좋았는지
그대로 굴러 떨어지듯 잠에서 깼다.
내용 따위는 머릿속에 없어도
그저 마음이 편하다는 것,
그 자체에 만족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씻고
아침을 먹으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텅 비어 있었다.
한숨을 내쉬고는 교복을 입었다.
집안은 오늘도,
정말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냥, 하나의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을 때,
멀리 누군가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시계를 보니,
지각은 아닌데…
그런데 누군데 우리 집 앞에 서 있는 거지?
창문으로 봤을 땐 몰랐는데
막상 문을 열고 나와 보니
그 사람은 꽤 키가 컸다.
“누구세요?”라고 하려다
대문을 열자,
왠지 모르게 말이 턱 막혔다.
무서움이라기보다,
익숙한 그리움 같은 기분이 먼저 스쳤다.
괜히 고개를 살짝 돌렸다.
슬쩍 보니,
그 손엔 도시락이 하나 더 들려 있었다.
“엄마가… 너…”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한 채
어색하게 도시락을 내미는 걸 보니
뭐, 말 다 했지.
나도 어색하게 그것을 받았고,
그 순간 뭔가 수습하려는 듯
허둥대는 그 사람이 더 민망해 보였다.
그래서 그냥,
말 없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지’도 ‘누군가’도 ‘누굴까’라는
매일 롤러코스터 타는 하루가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