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비를 흠뻑 맞았던 날…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그 애가 나를 보며 웃던 순간.
그건 따뜻함이라기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 웃음 속에 숨어 있는 듯 느껴졌다.
그렇게 느끼고도, 나는 바보처럼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버렸다.
장대비 속에 얼마나 있었는지도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날 이후 연이는
2주나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엄마가 걱정된다며
도시락을 싸주었지만
문이 잠겨 있으면
문 앞에만 두고 오곤 했다.
가끔은 빈 그릇이 돌아올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이번에도 저녁에
가져다 주라는 말에
문을 열고 나갔는데,
점심때 두었던 도시락이
그대로 앞에 있었다.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 걸까.’
도시락을 들고 일어서려던 순간,
우체통에서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군내 병원에서 온
결과 통지서였다.
사실 나는, 그 애가
왜 울었는지 몰랐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여러모로 상황도,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시선이 자꾸만 편지로 향했다.
‘아… 먼저 열어보는 건 나쁜 걸까?’
침을 삼키고 잠시 고민하다가,
연이 방 불이 꺼져 있는 걸 확인하곤
조심스레 편지를 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도시락 안 먹었어? 이거 여기 둘게—”
부엌에 도시락을 내려두고,
곧장 방으로 올라가 칼로
봉투 끝을 살짝 잘라 종이를 꺼냈다.
천천히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는데,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대뇌에 이상’이라는 단어에서
시선이 멈췄다.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감정은 남아 있다…
더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서,
다음 날 병원에 가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