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by 비현

그날 아침,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조퇴했다.


군내 병원까지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한편으론 좋은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접수대에서 물어보니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오기도 쉽지 않아, 기다리겠다고 했다.


오래, 정말 오래 기다려

병원 문이 닫힐 무렵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궁금한 점은?”


나는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돌아온 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답뿐이었다.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런데 왜…


왜 나를 보고 웃은 거지? 의사에게 물었지만,

돌아온 건 “잘못 본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아닌데… 나는 분명히 그 미소를 봤다.


거의 다섯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들은 말치고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물어보고 싶은 건 여전히 그대로였고,

용기는 쉽게 나지 않았다.


그때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


냉장고에 용기를 내게 해주는

‘마법의 물’이 있다고.


집에 도착하니 엄마, 아빠는

모임에 가셔서 집이 비어 있었다.


마침 저녁 도시락까지

챙겨줄 기회가 있으니,

이제 용기만 내면 되는 순간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아… 있다. 한 모금 마시자

목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그치만 이걸 마셔야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반 병쯤 비우니, 얼굴에 열이 오르고

조금은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벽을 짚으며 천천히

그녀의 집 앞으로 걸어갔다.


아까는 꺼져 있던 불이 켜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밝아졌다.

벨을 한 번 눌렀다.

아무 반응이 없자, 계속 반복해 눌렀다.


반가웠다.


정말 만나고 싶었다.


그러자 안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가요, 가—!”


곧 빨간 대문이 열리며,

단발머리의, 땅콩만 한 여자애가

이불을 둘둘 감은 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숱한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어느 것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마주 선 채,
작게 흔들리는 눈동자만이 서로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또 다른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