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가까워지는 숨결

by 비현

문을 열자, 방 안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서로의 어색한 시간이 공기처럼 퍼져 있고,

그 속에 은근히 스며드는 알코올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그 향에 소녀가 푸에취— 하고 기침을 터뜨리더니,

재빨리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몸을 감싸며 시선을 피한다.


나는 서서 바라보다가,

슬픈 눈빛이 자꾸만 걸려서

그냥 들어오라며 발을 옮겼다.


방문은 일부러 닫지 않았다.


그렇게 따라 들어온 방 안에는 텅 빈 공기와 적막만이 감돌았고,

어둠 속 창문 틈으로 스며든 바람이

커튼을 살짝살짝 흔들며 더 깊은 고요를 만들었다.



옆집에 살면서도 이렇게 안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비어 있고 조용한 이곳에서

혼자 지냈을 그녀의 시간을 상상하니,

알 수 없는 저릿함이 가슴 한쪽에 스며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숨을 고르고 나지막이 물었다.


“점심은 먹었어?… 아, 저녁이지.”


낯선 용기가 나를 말을 하게 했고, 원래 같으면

침묵으로만 넘겼을 순간이었는데,

연이는 대답 대신 시선을 비껴 흘렸다.


적막이 다시 내려앉는다.


내가 꺼낸 말이 공중에서 흩어지고,

머쓱한 마음이 도로 밀려온다.


나는 가방에서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엄마가… 가져다주래서.”


그녀는 가까이 오지 않은 채,

살짝 코를 막으며 나를 바라본다.


게슴츠레한 단발머리 몽실이의 표정이 이상하게 귀엽고,

그 눈길이 힐끔 내게 닿았다가 다시 멀어지려는 순간, 시선이 겹쳤다.


짧지만 확실하게 마주친 눈빛에, 동시에 얼굴이 붉어진다.


“아… 아…”

연이는 그대로 쪼그려 앉아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작은 동물처럼 몸을 웅크린다.


시간이 길게 흐르고, 머릿속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구른다.


그게 정말 생각인지, 아니면

그저 돌덩이가 굴러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 초침과 분침이 저렇게 시끄럽게 울렸나.


모르겠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야 하는데,

소리가 모두 죽어버린 방에서는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요리… 해볼까.


엄마는 잘하지만 나는 어떨지 모르겠다.


라면이라도 있나, 머쓱함을 달래려

머슥함을 달래려 몸을 일으키다 순간 휘청였고,

쓰러지려는 찰나 그녀가 달려와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체격 차이는 크고,

우리는 그대로 부드러운 충격과 함께

한 자리에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