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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우 Jul 01. 2023

뮤지컬, 책보다 생생하고 영화보다 뜨거운.


"취미가 뭐야?"

"저는 뮤지컬 보는 거 좋아해요!"

보통 이쯤에서 나오는 대답은 '돈이 많구나' 혹은 '시간이 많은가봐', 그것도 아니면 '나도 하나 봤었어.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누구 노래 잘 하더라.'

티켓 50장 정도 수납 가능한 앨범을 가득 채우고도 남은 티켓들, 열일곱에 약 7년 경력을 가진 뮤지컬 덕후는 이런 대답이 참 슬프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하하 웃어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내 주변만 이런 건지 아직 동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돈, 시간, 체력 다 드는 쉽지 않은 취미니까.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이라는 장르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 아는 바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플랫폼을 활용해 진입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어 보고 싶다.


뮤지컬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노래 있는 연극, 대사 있는 오페라다. 음악과 춤을 활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뮤지컬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토리가 주를 차지하는 것은 연극과 닮았고, 음악의 감동을 활용하는 것은 오페라와 유사하다. 오페라의 일종, 오페레타를 미국에서 일반 시민들이 접하기 쉽도록 변형한 공연의 형태가 지금의 뮤지컬이 된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꽤나 고급으로 대접받으며 오히려 일반인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렵게 되었다.

뮤지컬의 종류는 라이선스 뮤지컬, 창작 뮤지컬, 성스루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 등 다양한데, 대부분 사람들이 접해본 극은 라이선스 또는 창작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외국의 뮤지컬을 우리나라로 들여온 것이고, 그대로 언어만 번역하느냐, 다른 변화를 주느냐에 따라 다시 나뉘기도 한다. 지킬 앤 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 같은 경우다. 창작 뮤지컬은 우리나라 안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빨래, 영웅 같은 작품들이다. 창작 뮤지컬이지만 작곡가나 작사가를 외국인이 맡는 경우도 꽤 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성스루나 특정 가수의 노래를 모아 그에 맞는 스토리를 짜는 주크박스 뮤지컬 등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다.

뮤지컬의 매력은 넘버, 그러니까 등장하는 노래들, 이야기, 연출, 배우 등 수없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뮤지컬 문화는 조금 넘버와 배우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스타 캐스팅이라고 하는데, 극의 작품성보다는 이미 유명한 뮤지컬 배우, 가수, 아이돌 등을 캐스팅해 그들의 티켓파워로 공연을 끌고 가는 경우이다. 앞으로는 작품성을 더 갈고 닦은 뮤지컬이 주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뮤지컬을 처음 본 날부터 사랑에 빠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리고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나를 휘감고 막을 내린 후에도 가슴 한 켠에 자리잡았다. 지금껏 읽은 어느 책보다 생생하게 새로운 세계에 숨을 불어넣었고, 어느 영화보다 뜨겁게 내 마음을 울린 뮤지컬. 어떤 단어들을 조합해도 형언할 수 없었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 아직까지도 공연을 열심히 보러 다닌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 내 가슴 속 난로를 활활 불태우는 뮤지컬을 아마 나는 평생 사랑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런 멋진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열정을 다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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