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빈 Seongbin Sep 07. 2024

[UX/HCI]도널드 노먼의 인터랙션 디자인 특강 읽기

하드웨어 인터랙션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

들어가며


 8월 한 달간 Book Club(독서모임) 활동을 했었다. 친구가 공유해 준 독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참여하게 되었는데 책 한 권을 다 함께 읽고 매주 주어진 인사이트 노트를 작성하고 노션에서 토론을 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활동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활동의 마무리로 오프라인 토론을 진행하였다. 긴장 반 설렘반으로 참가하였는데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멤버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나보다 먼저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에게 여러모로 배울 것도 많았고 느낀 것도 많았다. 이러한 모임을 늦게 알게 된 게 참 아쉽다. 지난 활동에 활용되었던 책들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이달 선정 도서는 [도널드 노먼의 인터랙션 디자인 특강]이다. 군대에서 읽었던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과는 같은 책인가 했지만 다른 책이었다. 책의 총평을 먼저 하자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09년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유효한 여러 흥미로운 쟁점들과 도널드 노먼 선생님 특유의 이해하기 쉬운 비유와 경험을 반영한 인사이트가 많아 즐겁게 읽었다. 누군가 인터랙션이나 UX에 대해 이론이 아닌 해결하고자 하는, 어려움을 알고 싶다 하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할 것 같다(책이 좀 비싸긴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책에서 다룬 [기억에 남는 쟁점과 개념] 그리고 [기억에 남는 예시 및 어휘]를 소개할 겸 스스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읽으며 내가 평소 하던 생각을 정말 잘 정리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최선인가 께름칙했던 부분을 노먼 선생님은 놓치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해법은 아닐지언정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웃긴 표현이지만 위로를 받은 느낌마저 들었다.


좌측이 2009년에 나온 원서이고 우측이 2022년에 나온 내가 읽은 책이다


기억에 남는 쟁점과 개념



 1. 말과 기수의 관계와 통제권

 이상적인 인터랙션을 설명하기 위해 책에 반복되어 언급되는 비유이다. 혹시 승마를 해본 경험이 있는가? 본인은 초등학생 시절 보이스카웃에서 했던 경험이 있는데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대상 위에 앉아있는 경험이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출처 : Klook


 말을 처음 타봤던 나는 말과 아무런 상호작용 없이 그냥 앉아만 있었지만 숙련된 기수는 어떨까? 말이 기수의 마음을 읽듯 기수도 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말은 몸짓언어, 걸음걸이, 준비태세, 경계심, 호흡 등 다양한 신호들로 둘은 소통한다. 기수는 몸짓언어, 앉는 방식, 발꿈치 압력, 손으로 잡은 고삐 등을 통해 말과 소통한다. 지능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두 대상이 마치 하나인 듯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고 신호에 정보를 획득하는 인풋-아웃풋의 관계가 아닌 좀 더 총체적이고 좀 더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듯하다.(비유만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쉽다. 그게 비유의 순기능이긴 하지만...)


 기수는 고삐를 느슨히 해 통제권을 말에게 이양하기도하고 반대로 고삐를 타이트하게 잡아 스스로 통제권을 확보하기도 한다. 이건 기계와 사람사이의 적절한 통제권을 조절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통제권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책에서는 기계의 사회화를 이야기하는데 기계와 사람이 경험하고 아는 것에 비대칭이 있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부정적인 경험이 쌓인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사실 기계와 사람사이의 대결, 즉 "통제권 투쟁"의 관점에서만 기계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우리 모두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말귀를 못 알아먹는 기계가 지맘대로, 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던지... 이런 경우는 자동화된 기계일수록 그런 정도가 심해진다. 그럴 때면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말과 기수의 관계처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장 이상적인 사람과 기계의 관계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노먼 선생님의 제안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피드백이 필요할 것이다.


[+여담]

나는 대학 입시가 끝나자 2종 보통 운전면허를 땄다. 내가 취득할 때 주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남자는 1종이지~"하는 식의 농담이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자동차에 대해 통제력이 더 높은 수동 스틱 차량을 몰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2. 물 끓는 소리, 그것은 자연스러운 소리

 책에서는 물이 끓면 소리가 나는 주전자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의 모범으로 소개해주었다. 이와 반대되는 부정적인 인터랙션의 예시로는 세탁기나 건조기의 성가신 디지털 소리를 들었다. 이러한 부분은 경험적으로 와닿는 지점이 있다. 집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전제품에서 나는 다양한 소음 속에 살게 되는데 그중 세탁기 소리가 단연 최악이다. 반면 듣기 좋은 소리도 있다. 가령 발뮤다 토스트 소리라던가...


출처 : business Insider


 노먼 선생님은 왜 끓는 주전자를 만족감이 높은 가장 모범적인 인터랙션 사례라고 소개할까? 끓는 주전자가 내는 소리는 가열된 물이 내는 소리로 '부글부글' 소리를 내다가 증기가 빠르게 좁은 주둥이를 통과하면 '삐익' 소리를 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는 물이 끓는 중이고 얼마만큼 물이 끓었으며 곧 다 끓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분 좋은 소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어디에나 갖다 붙일 수 있는 말 같아 무책임한 단어 같지만 방점은 "자연스러움"에 있는 것 같다. 물론 복합적인 요소들이 버무려져서 끓는 주전자의 만족감 높은 경험은 어떻게 쪼개어 생각해 볼 수 있는지 보았다. "자연스러운" 이유가 뭘까?


물리법칙으로 자연스레 끓는 물이 내는 소리를 활용한다는 것

디지털로 만든 인위적 소리가 아닌 자연에서 나온 아날로그적 소리라는 것

모두에게 익숙한, 경험에 의한 학습된 소리라는 것

사용자가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소리라는 것 (위 항목과 같은 말을 그저 해석한 것일 수도 있겠다)


 써보고 나니 이러이러한 인터랙션이 곧 자연스럽다! 이런 건 없는 것 같다. 실험과 귀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범위인 것 같고. 자연스러운 소리란 결국 상황과 맥락을 거스르지 않으며 사람 중심으로 접근했을 때 사람들이 메시지를 명확히 알아챌 수 있는 동시에 듣기 좋은 소리로 긍정 경험을 강화할 수 있는 상호작용인 것이다.


이번 기회로 내가 평소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 혹은 상황과 잘 어울린다고 여겼던 사운드를 모아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디지털 소리로는 애플 제품이 켜지는 소리, 일상적인 소리로는 바람이 불 때 이파리가 서로 마찰하며 내는 샤라락 소리.


[+여담]

눈꺼풀은 있지만 귀닫이 같은 건 없다. p.91

듣기 사운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급한 말이다. 공감이 되어서 재밌으면서 필요한 문구인 것 같다.



3. 스마트 홈의 대안 "증강화"

 이 대목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보통 말하는 스마트 홈이 좀 표면적인 부분만 다룬, 평평한 개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미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을 상상해 보자. 분명 어디선가 보았을 것이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조명이 설정되고 AI 스피커가 "어서 오세요 성빈님, 현재 실내 온도는 성빈님이 쾌적하게 느끼실 25도이고 오후 일정은 철수님과 영화 보기가 있습니다"라고 안내해 준다. 자동으로 디카페인 커피가 내려지고 냉장고 앞에 가니 자동으로 남은 재료를 파악하여 추천 메뉴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내손 모바일 단말기로 조작이 가능(누워서 딸깍딸깍)하며 IOT기술(우리의 미래 먹거리)을 적극 활용한다.


출처 : Rointe

 자동화가 왜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많은 전문가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든다고 한다. 1. 따분하고 2. 위험하고 3. 더러운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이대목에서 사람은 정말 자동화를 원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위 급조된 스마트 홈 시나리오에서는 1,2,3을 위한 자동화보다는 그저 이러한 기술이 있으니 그냥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할 수 있으니까 한다'의 예시이지 않을까?


 스마트 홈은 집주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동을 예측하고 자동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근데 집주인의 행동은 항상 예측가능하고 자동으로 해주는 것에 항상 만족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노먼은 이 지점에서 케임브리지의 연구를 설명하며 증강화된 집에 대한 연구를 알려준다. 사람의 기능을 증강시켜 주는 기기를 갖춘 집으로 기술이 아닌 사람이 집을 스마트하게 만든다. 자발적이고 협력적이며 친근한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도 노먼은 자동화가 아닌 증강화를 강조한다.


 이때 말하는 증강화란 무엇일까? 책에서는 유용한 도구를 제공하지만 그 도구를 언제 어디서 사용할지는 사람이 결정하도록 하는 지능형 증강화를 하는 방향이다.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늘려주어 정보력을 향상해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높이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기억에 남는 예시 및 어휘



1. 위험 항상성 혹은 공유 공간
위험 항상성은 다음과 같은 의미이다.

'항상성'은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시스템에 대한 과학적 용어다. 이 경우 일정 한 안전이 평형 상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좀 더 안전해 보이는 환경을 만들면 운전자들이 더 위험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실제 안전도는 동일하게 유지된다.

p.111


 이 가설은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제럴드 와일드(Gerald wilde)가 1980년대에 처음 소개한 이후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고 한다. 이 현상의 영향과 규모에 대한 근거를 두고 논쟁이 있으나 이 현상 자체가 실재한다는 것에는 의 심의 여지가 없다.


 도로의 안전장치를 제거한다고 생각해 보자. 신호등, 정지 신호, 횡단보도, 넓은 거리, 자전거 전용 도로 등을 모두 없앤 뒤 원형 교차로를 만들고 거리를 더 좁게 만든다. 정신 나간 생각으로 보일 것이다. 이를 공유 공간'이라 부른다.


 유럽의 몇몇 지역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적용하 고 있다고 한다(덴마크의 아이비, 영국의 입스위치, 벨기에의 오스텐트, 네덜란드의 마킹가와 드라흐텐).


원형교차로 출처 : 123RF


2. 델프트 자전거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위험한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떼를 지어 다니는 자전거다. 자전거는 온 방 향으로,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빠른 속도로 거 리를 누비고 다닌다고 한다. 다음은 도먼 선생님의 일화이다.


델프트로 나를 초청한 사람은 반복해서 이렇게 말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정말 안전해요. 양보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자전거를 피하려고 하지 마세요. 멈추거나 방향을 틀지 마세요. 예 측 가능한 보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즉, 일정한 속도와 일정한 방향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자전 거를 타는 사람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보행자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코스를 계산해 놓았다. 보 행자가 자전거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동한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p.107


 델프트의 자전거는 스마트 기계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델을 제공해준다고 한다. 어쨌든 사람인 보행자가 지능형 기계, 여기서는 자전거와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에는 기계가 자전거+사람의 조합이 되고, 사람이 동력과 지능 모두를 제공한다. 보행자와 자전거+사람 조합 모두 통제가 가 능한 사람의 정신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람과 자전거는 부족한 의사소통으로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보행자의 속도보다 좀 더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들이 많다.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질 때면 이미 늦어버리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불가능하다.


델프트의 자전거 출처 : 123RF


마치며


 이 책은 위에서 다룬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즐겁게 읽었다. 2009년에 나온 책이니 위 개념들이 지금쯤 적절히 적용이 되었느냐 하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개념들이 마음에 들었고 추후 프로젝트를 한다면 꼭 적용하고 싶다. 독서모임을 참여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