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신앙고백

작은 교회에서 배운 하나님의 사랑

by 김상궁

철산동으로 이사를 온 후 우리 집은 신림동 교회와의 거리가 꽤 멀어졌다. 버스를 타면 30분 이상 걸리는 데다가 부모님의 예배시간과 나의 유초등부 예배시간이 맞지도 않았다. 결국 나 혼자 버스를 타고 신림동까지 가야만 했는데 나는 어쩐지 버스를 타면서까지 그 먼 교회를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기억이 아주 자세히 나지는 않지만 나는 혼자라도 동네 교회를 다니겠다고 엄마에게 선포하였던 것 같다.

“어디로 갈 건데? 가까운 교회가 있어?”

“어~12단지 상가 2층에 교회가 있어서 올라가 봤어. 이번 주에 거기 한번 가보려고”

지금 생각하면 신통하기도 하지. 어쩌면 11살 어린아이가 혼자 교회를 찾아갔을까?

딱히 그 교회에 친구가 다니고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집에 있던 세로로 쓰인 성경책을 한 권 들고 주일날 교회를 향했다.

교회이름은 벧엘교회였다. 문 앞에는 주보와 헌금봉투가 놓여 있는 작은 유리 테이블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뭔가 내가 다니는 중형 교회보다 많이 초라하다고 여겨지기도 하였다. 나는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어린이였는데도 그 교회를 가던 첫날은 누군가 이끌어주듯 당당하게 예배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작은 예배당에는 어린이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고 목사님이 기도를 하고 계셨다. 나도 수줍게 뒷줄에 앉아 기도하던 중 실눈을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옆줄에 앉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는 동그란 눈으로 놀라며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어! 너 우리 학교 다니지? 나 너 학교에서도 보고 놀이터에서도 몇 번 봤어!”

“어 안녕?..”

“난 정연주라고 해”

“난 김정민..”

예배가 끝나고 새 신자 소개시간이 다가왔다.

“오늘 처음 온 친구가 보이죠? 자~그 친구 잠깐 나와 볼까요?”

‘아.. 정말 나가기 싫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앞으로 나갔고 몇몇 되지 않는 아이들 앞에 섰다.

목사님과 선생님들은 환영하는 인사를 해주시고는 나에게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내미셨다.

성경책이었다. 그것도 가로로 쓰여진 성경책이었다. 나는 가로로 쓰여진 나만의 성경책이 어찌나 갖고 싶었었는지 모른다. 엄마가 보시는 성경책은 세로로 쓰여진 데다가 어린 내가 장과 절을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성경책은 말씀을 찾는 색인까지 갖추고 있어서 바로 찾아볼 수 있었으며 겉표지도 너무나 멋진 새 성경책이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래~~ 정민아 우리 매주 교회에서 보자꾸나~”

신림동 교회보다 크기도 훨씬 작았고 친구들도 몇 안 되었지만 나는 느꼈다. 이곳에서도 하나님이 함께 하고 계신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친구들과 제법 잘 어울렸고 교회의 행사나 여름성경학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여름성경학교는 하루 세 번을 참석해야 달란트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 해 여름은 정말 비가 많이 왔었다. 오죽하면 옆 안양천이 넘쳐대서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고, 하안동 사는 친구들은 집이 침수되어 모두들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였다. 당시 여름성경학교의 아침반은 새벽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고 7시에는 도착해야 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아침, 나는 집에서 가장 큰 빨간 장우산을 들고 새로 선물 받은 성경책이 비에 젖지 않도록 가방에 넣은 후 교회로 향했다.

상가 2층으로 들어가 우산을 털고 있는데 교회선생님이 나보다 늦게 도착하시며 외치셨다.

“어머나~정민아~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지각을 안 하고 온 거야? 너무 멋진걸?”

아마도 나는 이런 선생님들의 칭찬에 춤추듯 교회를 다닌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날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시던 중 한 일화를 이야기하셨다.

“오늘 목사님이 새벽에 교회를 향하는데 큰 빨간 우산을 쓰고 교회를 가고 있는 우리 교회 꼬마 친구의 뒷모습을 봤어요. 아니 근데 이 친구 발걸음이 너무 신나는 거예요. 사실 목사님은 피곤하고 지쳐서 교회를 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의 뒷모습에서 저는 하나님이 얼마나 이 친구를 사랑하고 계신지를 보았고 목사님의 그런 피곤함까지 한순간에 싹 사라졌답니다.”

하시면서 목사님은 나를 보고 찡긋 웃어주셨다. 그 아이는 바로 나였으니까^^

이후로 5학년 겨울 크리스마스 공연을 했는데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친구들의 수가 많지 않기에 돌아가며 공연을 준비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와 친구 연주가 중심이 되어 사회도 보고 연극도 하면서 선생님들께 ‘환상의 콤비’라는 칭찬도 들었다.

6학년이 되어 다시 신림동으로 돌아올 때까지 나는 이곳 벧엘교회에서 사랑도 많이 받고 또 아주 가끔은 친구들을 전도하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 작은 교회가 주는 풍성한 사랑과 축복 속에서 신앙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우리 집에서 교회까지 걸어가던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신 목사님처럼 나도 가끔은 어린 내가 처음 가보는 교회를 씩씩하게 걸어가던 그 뒷모습을 상상하며 미소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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