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병아리

그 날개 꺾인 이야기

by 김상궁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엔 학교 앞에서 할머니들이 쪼그려 앉아 박스 안 가득 노오란 병아리들을 담아놓고 50원에 한 마리씩 팔았다. 그 안에는 햇빛을 받아 꾸벅꾸벅 졸던 병아리부터 이미 어딘가 병에 걸린 듯 구선에 콕 박혀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해 보이는 병아리를 고르고 골라 집에 데려간다 해도 며칠이 못되어 죽어버리고 마는 일이 허다했다.

봄의 어느 날 나도 친구들과 병아리를 구경하였는데 할머니가 몇 마리 안 남았다고 하시며 한 마리를 사면 한 마리를 덤으로 주신다고 하였다.

‘50원에 두 마리라.. 당연히 가져가야겠지?’

나는 품 안에 노란 햇병아리 두 마리를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시 우리 집은 봉천동에 위치한 나름 마당도 있는 작은 1층짜리 주택이었다. 독산동 셋방살이를 하다가 우리 집만 쓰는 대문이 있는 그런 집이었다. 그때도 나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이 집에 층층계단이 있어 2층으로 올라 갈수만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혼자 상상하곤 했다. ‘엄마~나 병아리 사 왔어~’

‘얘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어떻게 키울 거야?’

‘내가 잘 키울 수 있어~모이도 주고 따뜻하게 해 주면 죽지 않을 거랬어~’

니가 사 왔으니 니 맘대로 해!’

엄마는 무섭게 몰아쳤다. 갑자기 병아리들이 너무 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 녀석들은 엄마도 없이 박스 안에 있다가 나한테 온 아이들이니 더더욱 내가 잘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했다. 한 며칠은 집 안에서 쌍방울 내의 박스에 마른 수건을 깔아 두고 병아리들이 잘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냉랭하게 굴던 엄마도 어느새 부엌에서 병아리 모이로 차조 한 줌을 꺼내오셨다. 그렇게 병아리들과의 한 집살이가 시작되었다. 나는 학교가 파하자마자 부리나케 병아리들을 보러 오려고 뛰어서 한달음에 집에 오기도 하였는데 병아리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났다. 녀석들이 내는 삐약삐약 소리는 정말 책에서 배운 그대로 그 소리를 내었는 데 나는 그 소리가 참 신기하고 신통했다.

게다가 당시에 내가 더 우쭐했던 건 다른 친구들의 병아리는 하루 이틀 만에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그런데 내 병아리들은 씩씩하게 먹고 자고 싸며 한 달을 거뜬히 버텨주었다. 어느 사이 병아리는 노란색을 벗고 흰색털이 자라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는 병아리를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며, 사과궤짝 따위의 여러 나무에 두서없이 못질을 해서 제법 근사한 이른바 ‘닭장’을 만들어 주었다. 이후 병아리는 튼실하게 자라나서 뻘건 벼슬도 생겨나고 발도 제법 커져서 마당 흙을 헤집고 다니기도 하였는데 엄마가 키우던 선인장 잎을 죄다 갉아먹어 엄마에게 푸닥거리질을 당하기도 하였다. 또 어떤 때는 날갯짓을 하며 마당을 푸다닥 날아다니기도 하였는데 조금만 높이 날면 담장 밖으로의 도망도 가능해 보였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와 아무도 없던 집에 들어가는 게 정말 싫었는데 그때마다 큰 닭이 된 두 녀석들은 나를 알아보고 졸졸 쫓아다니며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주었고 우리는 어느새 같은 지붕 아래 한 식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봄을 지나 더운 여름방학의 어느 날이었다.

엄마는 무슨 일인지 마당에 곤로를 놓고 큰 솥에 물을 가득 부어 팔팔 끓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는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날개를 쥐고 ‘너는 들어가 있어라~’ 하셨다.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야!!뭐하는 거냐고~~~~’

나는 느닷없이 일어난 상황이지만 엄마와 아빠가 무슨 일을 벌일지 다 알고 있었다. 난 더 이상 아빠가 닭들을 죽이는 장면을 볼 수는 없었다.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한참을 울다 잠이 들었는데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정민아~이 것 좀 먹어봐~얼른!!’

털이 다 뽑히고 그 뜨거운 용광로 같은 물에 철퍽 들어갔을 녀석들을 생각하니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 잔인해~~ 엄마 아빠는 너무 잔인해!!!’

나는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재꼈다.

그 이후로 난 한 십여 년 동안은 치킨이며 삼계탕 따위는 절대 입에도 안 댔다. 정말 이 이야기야말로 잔혹한 동화의 끝이 아닌가? 내가 정성스레 키웠던 병아리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차라리 3월 어느 봄날 그냥 그 종이박스 안에 있도록 내버려 뒀다면 녀석들이 이렇게 잔인하게 죽음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며 어린 나는 그토록 후회를 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날개 짓을 할 때 좀 더 훈련을 시켜 볼 걸 하고 후회도 되었다.

‘녀석들아.. 차라리 날개 짓을 좀 더 세게 해서 밖으로 날아가지 그랬어~~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요리는 더운 어느 여름날 부부의 저녁상으로 충분한 한 끼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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