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아도 1학년이거든요!!
나는 시골에서 몇 년을 살다 7살 입학을 시키고자 했던 엄마의 바람대로 유치원 근처는 가보지도 못하고 국민학교 입학을 서두르게 되었다. 우리 동네는 독산동 남문시장 근처였고 내가 입학한 학교는 독산동에 위치한 문성국민학교였다. 시골마당과 논, 밭에서만 놀던 나에게 학교는 너무 무섭고 두려운 곳이었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우리 엄마는 나를 7살에 학교 보낸 걸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이야기하실 정도로 나의 1학년 적응기는 엄마에게도 매우 고됐다.
당시 나는 또래보다 키도 한참 작았던데다가 일 년을 먼저 들어갔으니 작아도 너무 작았다.
입학식 날 아침, 엄마는 두껍고도 말랑한 고무재질의 이름표에 옷핀을 넣어 두꺼운 돕바의 왼쪽 자락에 꼽아주며 새하얀 가재수건을 그 밑에 함께 끼워 넣어주었다. 그때는 그 용도를 몰랐으나 훗날 그 수건이 줄줄 흐르는 콧물을 닦으라고 1학년들만 특별히 이름표와 함께 당당히 왼쪽 가슴에 훈장처럼 걸고 다닌 거였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박완서 님 말마따나 왜들 그렇게 그 시절엔 콧물이 많이 났는지 나 또한 의문이었다.
우리 반은 1학년 13반이었는데 무려 77명이 한 반이었다. 교실의 규격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텐데 그 교실 안에 77명이 들어앉았다는 게 지금 생각해 봐도 용할 뿐이다. 그리고 77명의 학부모에 더해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총출동했던 터라 혼잡하던 그날의 운동장은 검은 머리가 빽빽한 콩나물시루와도 같아 보였다.
나는 키가 작아 맨 앞줄이었고, 여학생 중 압도적으로 작은 1번이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이었던 건 내 짝인 남자애는 나보다 더 작았다는 사실이다. 머리는 빡빡머리에 머리통에는 몇 개의 구멍이 숭숭 나 있고, 흰 버짐이 입가에 뽀송한 꽃처럼 피어 있었다. 옷도 얼마나 촌스럽고 허름했는지 위의 형이 입던 옷을 물려 입은 게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코밑 도랑에는 거의 겨자색에 가까운 콧물이 줄기차게 흐르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우리를 줄 세우고는 짝과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 나오라고 소리쳤다. 그 아이가 나와 손을 잡고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을 때, 그 겨자색 콧물이 입술을 지나 입안으로 들어가는 찰나를 나는 보고야 말았다.
‘윽! 정말 싫어~~ 뒤로 도망가야겠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그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뒷걸음질 쳐서 중간정도에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줄을 서버렸다. 그러니 당연히 여자애들이 한 줄씩 밀려났고 내 옆에는 나보다 머리하나는 더 있는 제법 근사한 아이가 금장버튼이 달린 검은 마이를 입고 서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옷이 꽤나 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냉큼 그 아이의 손을 잡아버렸다. 그런데 앞과 뒤에 있는 아이들이 나를 향해 수군대기 시작했다.
‘야~~ 너 누구 동생이야?’
‘여기는 1학년들이 줄 서는 곳인데. 너네 엄마 어딨 어?’
그 와중에 내게 손을 잡힌 그 남자아이는 억지로 손을 빼려고 하면서,
‘선생님~~ 이 애기가 갑자기 제 손을 잡고 안 놔줘요!!’ 하였다.
나는 별다른 변명도 안 한 채 그 작은 키로 무슨 깡다구였는지 입술을 꽉 다문 채 그 자리를 버티고 서 있었다. 나는 오로지 ‘제발 저 맨 앞줄 코 찔찔이와 짝꿍만 안 되면 돼!’라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결연한 의지에도 아이들은 짝꿍이 밀려 줄이 길어지며 계속 아우성을 해댔고, 담임선생님은 급기야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셨다.
‘얘~너 1번이잖아!! 왜 뒤로 갔어? 웃기는 애네!!’
선생님은 내 팔을 휙 낚아채서는 나를 끌고 앞줄로 빠르게 걸어 나갔는데, 마치 친구들이 보기에는 내 발이 동동 떠서 앞줄까지 날아가는 형상처럼 보일 거라는 웃긴 상상까지 할 정도였다. 결국 나는 그 녀석과 짝이 되었고 마지못해 손을 잡고는 얼렁뚱땅 입학식을 치렀다. 이어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이동하였는데 나에게 걸상과 책상은 엄청나게 높아 보였다. 겨우 걸상으로 올라가 앉았는데 다리는 동동 뜨고 내 얼굴이 책상 바로 위에 걸쳐 있는 형태가 되어 선생님이 보기에 매우 우스꽝스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 뒤에 줄 서있던 아이들이 나를 가리키며 선생님께 외쳤다.
‘선생님~~ 쟤는 아직 학교 오면 안 되는 애기인데 왜 학교에 온 거예요?’
선생님은 77명의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는 교탁과 칠판 사이로 퉁퉁한 배를 홀쭉하게 만들 고는 겨우 몸을 비집고 들어가서
‘다~조용히 해!! 앞으로 교실에서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하시며 그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해명도 하지 않으셨다. 결국 나는 유치원에 다녀야 할 어린애가 형, 누나 따라 학교에 왔다가 졸지에 앞 줄 1번이 된 아이로 누명도 벗지 못한 채 학교에 적응해 나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