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의 나에게
이 이야기는 나 7살 무렵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우리 집은 가난했다. 방은 하나였고 엄마 혼자 겨우 들어가 요리를 할 정도의 작은 부엌이 딸린 셋방이었다. 게다가 화장실은 여러 계단을 내려가야 나오는 공용 화장실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세 딸을 키우며 화장실까지 들락날락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게 퍽퍽하고 힘들어서였을까? 우리 집에는 크리스마스의 낭만이 없었다. 그러니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와서 선물을 주고 갈 거라는 부푼 기대는 늘 헛탕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엄마~주영이는 작년에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가 인형 세트를 선물로 주셨대’
‘아빠~~ 우는 아이는 정말 선물을 안준대?’
라고 하며 쌍둥이 동생들과 계속 산타이야기를 하며 왜 우리 집은 산타가 안 오는지에 대해 엄마와 아빠에게 물어보았다.
‘창문을 열어두면 산타가 창문으로 들어오기도 한 대!’
‘민아는 자다가 실눈을 떴는데 글쎄 산타가 썰매 끌고 하늘을 날아가는 것도 봤대! 진짜로!!’
낭만과 무드가 제로였던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빨래를 개고 있었고 아빠는 무심하게 뉴스를 보며 딸들의 수다를 귓등으로 듣고 있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난 선물을 못 받는 걸까?.. 왜 우리 집에는 산타가 안 오는 걸까? 창문이 너무 작아서? 아니면 우리가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럼에도 동생들과 나는 양말을 머리맡에 잘 세워두며 오늘 밤은 꼭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시길 바라며 두 손 모아 기도도 드렸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다 깨다, 혹은 머리맡을 확인한다고 깼다가 금세 잠이 들고는 다음날 눈을 떴는데,
‘언니! 언니~~~ 산타할아버지 왔다 갔어!!!’
‘와~~~ 진짜야?’
부스스 일어난 나는 얼른 머리 위를 확인했다. 동생들은 이미 선물 포장을 끌러서 이것저것 늘어놓고 있었다. 내 베개 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빨간 산타 신발에 껌, 캐러멜, 사탕류가 잔뜩 들어있는 선물 꾸러미가 살포시 세워져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엄마는 우리의 소동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여기며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었고, 아빠도 ‘정말 선물을 놓고 가셨네?’라며 후후 웃으시며 여전히 무심하게 아침뉴스를 보고 계셨다.
가난했지만 작은 선물에 소리 지르며 기뻐하던 1983년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오늘이다.
그렇게 나는 크리스마스가 주는 낭만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 아이들 초등 저학년까지 꾸준히 녀석들의 산타가 되어주었다. 평소 갖고 싶던 선물을 몰래 사서 포장을 하고, 산타가 쓴 것 같은 편지도 트리 밑에 남겨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꼭 트리를 장식하고 이브 날 저녁이면 작은 케이크에 초를 꽂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기대였는지를 기억하기에 오래도록 그 마음을 간직하려고 애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만큼은 그 시절 7살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의 크리스마스는 오래오래 너를 행복하게 해 줄 거란다.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