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거리
낯선 문화권에 살다 보면 익숙해졌다 싶을 때에도 어리둥절한 순간들이 생긴다. 나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걸 자각하게 될 때 마음속 깊은 외로움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분리된 듯한 기분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한국에서라면 공유하는 정서가 있으니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문화라는 건 매우 주관적이어서 내가 속한 공동체가 달라질 때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거리감을 느꼈다.
언어가 큰 울타리가 되어주었지만 같은 언어마저도 소통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도 인도인과 영국인의 관계가 가까워질 듯하면서도 어긋나고 힌두교 인도인과 이슬람교 인도인이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퀘스티드는 같은 여자들 사이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필딩은 자신이 인도 주재 영국인들하고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인도인들과도 완벽히 하나가 될 수 없었고, 결국 인도 주재원들의 일원이 된다.
포스터는 책에서 알고 싶지만 알 수 없고,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손 끝에 바람이 스치듯 훑으면서 지나간다. 작가는 서로에 대해 몰라서 느끼는 낯섦 외에도 공포와 당혹감, 감정을 느끼는 사람마저 놀라게 하는 혐오까지 자질구레한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완벽한 악인이 없는데 상처받고 분노하는 사람들과 불신이 생긴다. 인도와 인도주재 영국인이라는 설정과 상관없이 지금 나에게도 와닿는 감정선이었다.
그리고 서로 원하지만 멀어지는 거리가 이 소설의 완벽한 결말이다. 동굴의 불규칙한 사방의 벽을 부딪히며 공명하는 메아리처럼 서로에게 닿지 못한 말이 흔적 없이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하지만 동굴에서 나와 시간이 지나고 귓속에 맴돌던 메아리가 사라지고 나면 어렴풋이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언젠가는 마음이 같은 주파수로 일치되길 끝없이 희망하는 게 삶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