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삶의 이유

by 도리


삶을 살아 내면서 크고 작은 좌절을 겪는다. 어떤 좌절은 나를 밑바닥으로 내던지지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좌절이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좌절이 나의 의지를 꺾어버릴 정도로 커서는 안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약간의 희망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 이유는 내 안에 있기 보다 밖에서 찾을 수 있다.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삶의 선이 잠시 맞닿았던 사람에게서 그 이유를 찾게 되기도 한다.


“아주 작은 빛으로도”의 ‘그녀’는 희원이 가야 하는 방향의 작은 등불이 되어주었고, “몫”의 희영은 ‘당신’의 생각의 틀을 깨버렸다. “일 년”의 다희와 ‘선배’는 다희가 인턴으로 있던 일 년 동안 잠시나마 서로를 비춰주었고, 수 년이 흐른 후에도 그 빛은 여전히 그들 속에 있었다.


그리고 삶의 비극으로 서로 닿지 못하는데도 그리워하는 가족이 인물과 삶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답신”의 조카를 향한 그리움과 “파종”에서 삼촌에 대한 추억은 희미하지만 단단하게 인물들의 삶을 지탱해 준다. 그런가 하면 “이모에게”에서 이모를 애증 하는 희진의 마음과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에서 딸에게 닿지 못하는 기남의 마음이 내 마음 한 켠도 시리게 만든다. 때로는 대를 거쳐서야 표현되는 사랑을 보며 가족이란 무엇일까 조용히 질문을 던지게 된다.


너무 사랑하면 오히려 사랑하는 만큼 가까워질 수 없는 조심스러움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조카와 이모가,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감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들을 연결하는 가족 구성원을 향한 애정을 보인다.


7편의 단편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랑을 표현한다. 타인에게 머무는 시선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연약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에 몇 번이고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마냥 슬프지 않았다. 타인을 마음에 품는다는 건 때론 고통스럽기에 더 소중한 일이라 그들이 연약해 보여도 부서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주 희미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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