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나의 영국 인문 기행
처음 서경식 작가의 글을 접한 것은 문학잡지 <릿터>를 통해서였다.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어렵고 박식한 글을 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그가 가진 유식의 깊이가 너무 깊어 따라가기 어렵기도 했지만, 또 어떤 달은 그의 글이 가장 좋았던 연재글이 되기도 했다. 작고하셨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야 이 책을 구해 읽고 그가 남겨 놓은 글을 읽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유럽의 역사와 그들이 보존한 유무형의 예술의 아름다움과 높은 완성도는 유럽을 동경하게 만들고 여행을 위해, 배움을 위해 가고 싶은 나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그들이 세계를 헤집어 놓고 다른 문화와 역사를 부정하고 박탈했다는 사실은 그 아름다움으로 덮을 수 없는 흔적이다. 따라서 그 이중성을 직시하는 양면성을 가진 작가의 글은 그 만의 기행문에 탁월성을 더한다.
작가가 재일조선인으로서 가진 불편함에서 오는 사고방식은 그를 ’일면적이고 천박‘한 정신세계에서 벗어나 이면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의 시선이 묻어난 글은 오히려 그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예기치 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악, 문학, 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인문 분야에 대한 소개 만으로도 충분히 알차지만, 거장들을 소개하는 작가의 시선이 또한 흥미롭다. 오페라와 같이 나에게 생소한 분야도 있었고, 반가운 이름의 윌리엄 터너도, 새롭게 알게된 #잉카쇼니바레 와 같은 작가도 있다. 내가 직접 이 인물들에 대해 배워도 재미있었겠지만, 작가의 시선이 덧데어져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이 주는 유익이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그의 단상이 남아있지 않은게 무척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