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들의 삶

이스마일 카다레, 돌의 연대기

by 도리

지금은 사라져버린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지지 않은 채 사라졌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지로카스트라는 여러 제국이 주권을 주장했던 도시이다. 주인임을 자청하는 이는 계속 바뀌었지만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악착같이 삶을 살아낸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을 버틴 도시도 결국 끊임없는 외부의 침략과 자그마한 내부의 분열로 붕괴가 가속화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중심은 그 붕괴되는 도시가 아니다.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혼도 하고 장례도 치르고 매일같이 서로를 문안한다.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쓰여져서 그의 눈에 비추어진 어른들의 말과 행동으로 여러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전투기가 도시 위로 날라다니고, 집의 지하실은 마을의 방공호가 되지만 아이에겐 이 모든 것이 모험이고 세상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그 어린아이에게도 비행장이 들어섰다가 비행기들이 떠나고 형들은 비밀리 유격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하나씩 버린다. 처음에는 집을 버리고 도시의 성으로, 결국에는 도시를 떠난다. 그렇게 삶은 고된 상황의 연속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가졌다. 아무도 남지 않더라도 전쟁통에도 결혼하는 사람이 있기에 도시를 지키는 피노어멈과 집을 버리지 않고 남기를 선택한 외할머니가 있다. 그들은 도시와 함께 저물어가기 위해 끝까지 남는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누군가에게 승계되지 않은 채 사라진다.


책의 마지막은 아이었던 화자가 어른이 되어 황폐한 도시에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그 곳에는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미 떠나고 없다. 돌에 새겨진 도시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지만 사람들의 삶은 단절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이 이어지지 않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의 유한한 삶이 쉽게 아스라지는 걸 이 글을 통해 본다. 그들의 삶을 옅보며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작은 자들의 삶은 그렇게 잊혀지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돌은 그들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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