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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ffyeon Aug 15. 2022

슈퍼 러브!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주구장창 J-pop만 듣는 게 모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어를 못하는 나는 J-pop을 듣다가 좋은 노래를 찾으면 파파고로 번역을 하는 게 습관이다. 유명한 가수 혹은 노래라면 잘 정돈된 번역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 나는 모든 가사를 캡처하고 파파고의 번역을 기다린다. 번역된 것들을 보면 가끔 웃기다. 가끔은 정말 난해한 번역들도 많아서 이게 바로 현대시 아닐까? 싶은 것들도 많다. 오독의 반복이 시작되면 어쩌다 그 문장들이 정말 시가 될 때도 많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모든 노래들의 가사를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가사를 번역한 순간 느낀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애매모호하게 기억된 가사는 내 멋대로 바꾼다. 나만의 미사여구를 붙이고 각종 문장들을 조합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나만의 노래가 되는 기분이라 좋다.


 sunny day service- 桜 supper love의 가사에 빠져서 한 달 정도는 그 문장만 생각난 적이 있었다.


きみがいないことはきみがいることだなぁ

네가 없는 건 네가 있다는 것이구나.


당시 애인에게도 죽어라 들려줬다. 그리고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애인에게 그 문장으로 쓴 나의 글로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저 문장을 있는 그대로 해석해도 정말 좋지만, 나는 저 노래를 또 내 식으로 불렀다.


私がいないということは私がいるということだね

내가 없다는 건 내가 있다는 것이구나.


사랑도, 산다는 것도 모든 게 어쩔 수 없음이라서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결국에는 서로의 존재로 이어진다는 게 견딜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내가 없어서 내가 있다. 당연한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 말장난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없었다. 죽고 싶다는 마음도 사랑한다는 마음도,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살아있다는 사실만큼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네가 없어도, 내가 없어도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슈퍼 러브를 외친다. 지금은 이 노래를 함께 듣던 애인도 없고 네 절망을 모두 삼키겠다며 다짐한 그때의 나를 과거에 두고 왔고 죽을 거라고 계속 말하던 너는 아직 살아있다. 그것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슈퍼 러브를 외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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