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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ffyeon Sep 18. 2024

2024.05

 무언가 꽉 막히고 텅 비어있는 기분에 어쩔 줄 모르겠다. 잠귀가 밝아져서 그런지 룸메이트가 일어나는 소리에 함께 일어난다. 각자 원하는 것을 먹고 이리카페에 와서 각자 할 거를 하는 오후. 한 달 정도 번아웃이 왔다. 모두에게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며 말하곤 했는데 사실은 누구보다 예민한 성정을 갖고 있다는 걸 안다. 더럽게 눈치가 빠르고 분위기를 잘 읽는다. 미세한 틀어짐에 별생각 없이 살아가려 하더라도 그 미세한 감정들이 나를 어지럽힌다. 어제 나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끝냈다. 후련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라 후련하다. 그런가? 그런 것 같다. 


 전 주에 마감한 원고의 1교 파일이 오지 않아 무섭다. 잘렸나? 글이 너무 후졌나? 후진 글은 맞긴 하지... 조금 더 잘 쓸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좀처럼 읽지 않게 되던 이상문학상을 읽었는데 대상작을 다 읽고 너무나 좋아서 벙찐 기분에 사로 잡혔다. 쓰는 자와 읽는 자의 고독이 겹쳐지는 순간, 우리는 덜 외로울 수 있다.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 소설을 읽는다. 사랑을 멈추고 싶지만 멈춰지지 않고 때로는 사랑을 계속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처럼. 확실히 나는 후진 글을 쓴 게 맞다고 확실해졌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계속 써보자고. 읽고 쓰자고. 내 글이 대단한 것이 될 일은 없겠지만 굴러다닐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멈춰있지 않고 사방팔방 굴러다니는 것. 누군가에게 닿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그러다 다시 나에게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너는 요즘 뭐 하고 지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니. 그런 말들을 메일에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창을 닫아 버린다. 그런 마음도 구르고 구르다 보면 언젠가 닿게 되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이모를 보내고 난 후로 울지 않게 되었다.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었으니까. 감당할 수 있는 슬픔뿐이었다.

 

 5월 초에 친구를 보러 오랜만에 대구에 갔다. 나만 그대로인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별 거 아닌 거에 웃고 얘기할 수 있어 좋았다. 망한 사랑이야기, 아주 사소한 일상 속 단상, 폭력에 대한 무력함. 

시시한 불행을 유머로 만들어 버리는 우리의 재능으로 계속 웃으면서 돌아가는 길이 좋았다. 


20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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