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토닥토닥

다행이다, 사장이 아니어서

한 조각 삶의 증거

by 시인 손락천

그만두라는 말에 그의 눈이 흐렸고

나는

옆에 있던 죄로

말한 사람과 들은 사람 사이

길을 잃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

그것을 몰랐던 적 없지만

끝이란 늘 생경하고

괜찮았던 적이 없다


현실의 시작은 언제나 끝을 전제로 하지만

마음은 끝을 전제로 하여 시작하는 법이 없던 까닭이다


그래

산다는 건

정해져 있지만

스스로가 정한 적이 없던

그 끝을 견디는 일일지도


그리고 다행이다

나는 사장이 아니어서

들음으로써 괴로울 수는 있겠지만

말함으로써 괴로울 일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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