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사장이 아니어서
한 조각 삶의 증거
그만두라는 말에 그의 눈이 흐렸고
나는
옆에 있던 죄로
말한 사람과 들은 사람 사이
길을 잃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
그것을 몰랐던 적 없지만
끝이란 늘 생경하고
괜찮았던 적이 없다
현실의 시작은 언제나 끝을 전제로 하지만
마음은 끝을 전제로 하여 시작하는 법이 없던 까닭이다
그래
산다는 건
정해져 있지만
스스로가 정한 적이 없던
그 끝을 견디는 일일지도
그리고 다행이다
나는 사장이 아니어서
들음으로써 괴로울 수는 있겠지만
말함으로써 괴로울 일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