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토닥토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손락천 Aug 24. 2022

마음의 序

한 걸음 뒤

곰곰 바라보니

품지 못할 게 없을 것 같은 바다가 끝없이 파도를 밀어내고 하얗게 부서진 것은

아마 그 안에 푸르지 않은 것을 비우고

그 빈자리를 푸름으로 채우기 위함이었을 터다

바다가 바다로 갈수록 짙푸를 수 있던 것은

그 짙푸름 아래 생명을 감추어 무성히 생동케 할 수 있던 것은

아마도 그런 비움과 채움 때문일 터다

곰곰 생각해보니

내 깊어지지 못하여 곁을 두거나 생동케 못 하는 연유도 그러할 터다

품기 위해서는 깊어져야 하고

깊어지기 위해서는 비워야 하지만

나는 욕심에

그 어떤 얕고 가벼운 것도

바다처럼 밀어내어 비우지 못하였음일 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연의 序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