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 바라보니
품지 못할 게 없을 것 같은 바다가 끝없이 파도를 밀어내고 하얗게 부서진 것은
아마 그 안에 푸르지 않은 것을 비우고
그 빈자리를 푸름으로 채우기 위함이었을 터다
바다가 바다로 갈수록 짙푸를 수 있던 것은
그 짙푸름 아래 생명을 감추어 무성히 생동케 할 수 있던 것은
아마도 그런 비움과 채움 때문일 터다
곰곰 생각해보니
내 깊어지지 못하여 곁을 두거나 생동케 못 하는 연유도 그러할 터다
품기 위해서는 깊어져야 하고
깊어지기 위해서는 비워야 하지만
나는 욕심에
그 어떤 얕고 가벼운 것도
바다처럼 밀어내어 비우지 못하였음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