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뒤
흐드러진 웃음에 피었지만
또 때로는 삭힌 눈물에도 피었더라
사람이 사람에게서 핀다는 건
바람이 불고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는 일처럼
어찌하여 피게 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고
깊어서 피었지만
또 깊어서 지는 것처럼
우리는
내가 나를 알지 못하고
네가 너를 알지 못하고
또 내가 너를 알지 못하고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나로서 너는 너로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피고 지는 거더라
여기
목로 앞 마주함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른 채 익는 것처럼
슬그미 부딪힌 잔이
술인지 마음인지 모른 채 취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