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哲學)인가? 철학(鐵學)인가? 2
데카르트는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존재의 연원을 하나님에게 두지 않은 주체로서의 ‘나’를 설정하여 이른바 주체철학을 구성하였다.
데카르트 철학의 요지는 신과 피조세계로부터 독립한 주체로서의 내가 확실한 지식에 이를 수 있느냐에 있다. 즉, 내가 인식하는 '내'가 실제의 나와 일치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인식하는 대상(피조세계)이 실제의 대상과 일치하는 것, 그것이 진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 우선 가장 확실한 전제사실을 상정하여, 이를 토대로 그의 철학을 풀어나간다. 즉,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확실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이로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 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사유에 의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하여, ‘나’라는 존재 자체를, 즉 무엇에 의존하지 않는 원인으로서의 독립적인 주체로서 상정한다.
이것은 ‘나’를 신으로부터 독립시킴과 동시에 인식의 대상인 피조세계에서도 독립시켜 버린 것이다. 데카르트는 이와 같은 존재론에 근거하여 자신의 주체철학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데카르트는 [실재하는 ‘나’는 필연적으로 ‘나’와 ‘나’ 외의 다른 대상들을 인식하게 되는데, 그렇게 인식되는 내가 실체의 나와 일치하고, 그렇게 인식되는 대상이 실체의 대상과 일치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진리]라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어떻게 그 인식대상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렇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실체는 바로 ‘연장’과 ‘사유’인데(연장은 어떤 공간을 차지하는 실질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유는 말 그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 이와 같이 그는 실체를 두 가지의 속성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원론이라고 한다), 주체는 원래부터 완전한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능력, 즉 본유관념(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실체를 실체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누구든지 간에 완벽한 모양의 원이나 삼각형, 사각형 등을 그릴 수 없고, 또한 그렇게 존재하는 물체를 발견할 수 없지만, 완전한 것을 인식하는 이성 때문에 누구든지 관념적으로 완전한 원이나 삼각형, 사각형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이와 같이 완전한 인식을 가능케하는 이성이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는 것인가의 문제인데, 데카르트는 그것이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문제를 다시 던진다. 완전한 이성에 힘입어 진리로 나아가는데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이원론, 즉 ‘나’를 구성하는 실체인 ‘연장’과 ‘사유’가 일치하는 것이냐의 문제에서 비롯된 내재적인 물음이었다. 즉, ‘나’의 ‘연장’인 육체는 소욕과 감정을 가졌는데, 그러한 소욕과 감정은 ‘나’의 ‘사유’인 이성의 통제를 잘 받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이러한 소욕과 감정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올바른 인식은커녕 스스로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데카르트는 육체와 이성이 서로 소통하고 타협하는 곳(송과선)이 존재한다고 상정한 다음, 그곳에서 ‘연장’과 ‘사유’가 서로 소통하고 타협하여 육체의 소욕과 감정을 절제시키고, 이로써 사유한 내가 존재하는 육체로서의 내가 되고, 나아가 인류가 무질서한 소욕과 감정들로 인하여 다툼과 투쟁으로 좌초되는 일이 없이 바른 인식을 유지하며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