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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Jan 02. 2017

꽃에게서

너는 계절마다 피고지지만 

허투루 피거나 열매 맺은 일 없고

혹 시기에 더딤이 있어도 

결국 하뭇하였다    


나는 세월 따라 늙지만 

갈수록 설익어 떫고

보이려 사는 건 아니어도 

서걱거림에 열하였다    


바람은 산들산들 부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가깝지 않은 꿈을 말하는 것이고 

달리 사는 것 아닌 것 같아도 

바람 하나에도 이토록 달랐다        


- 손락천 시집 [꽃비]에서




삶에서 꽃은 절정의 유혹이자 아름다움이며, 잔혹의 생존본능이자 아픔이다. 때로는 여명처럼, 때로는 석양처럼, 그리고 때로는 강렬한 폭풍과 히스타민처럼 치열하게 제 살았음을, 또는 제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증명하는 빛깔이다. 하여 조심스럽게 열어 본다. 꽃에 대한, 그리고 그 빛에 대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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