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시인. 철없는 남자의 꿈.
지난해에 시집 [꽃비]를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큰 쓸모가 있는 시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인지도가 없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전자책을 낸 것이 브런치를 하게 된 이유였다. 종이책을 내든 전자책을 내든 읽히지 않기에, 그렇게 읽히지 않는 글을 계속 쓴다는 것에 회의가 들었기에, 작가로서의 욕심으로 설사 나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쉽게 접근해서 읽을 수 읽도록 글을 풀어놓자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꿈을 꾼다는 것은 아직까지 천진해서였기 때문일 테다. 마흔 줄이 훨씬 넘은 철없는 남자의 꿈.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실은 조금씩 이루어지기도 해서 꿈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어서 꿈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사실은 조금씩 이루어지기도 해서 꿈인 것이다. 살면서 바라왔던 것들 중에서 많은 것들이 그대로 묻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장된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시인을 꿈꾸어왔고, 시인이 되었다. 그런데 시인이 되고 나니 인정을 받고 싶은 욕심이 일고, 또 시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살아도 될 만큼의 돈벌이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일었다.
이것은 순차적으로 생긴 꿈이 아니라, 처음부터 바라왔던 꿈인데, 다만 흐름에 놓여 있는 불가분적 순서에 놓여 있었던 것일 뿐이다. 그렇게 마음이 흐른 순서를 살피니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꿈은 꿈으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그 전제에서 더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었다.
그랬다. 글에 대한 욕심은 글에 대한 욕심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작가에게 꿈이란 것은 자족하면 약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절망이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