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다
책이 그리웠다.
초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가난했던 탓인지 교과서 외에는 읽을 만한 책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선물 받은 동화책 [나무야 누워서 자거라]와 초등학교 3학년 때 선물 받은 동화책 [홍길동전]이 읽을거리의 전부였고, 그래서 돌이켜 보면 그 동화책 2권을 참 많이도 반복해서 읽었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에 큰 전기를 맞았다. 큰 외삼촌이 상옥 마을에 유일하였던 만화방을 인수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20평 남짓한 책방이었지만, 3면의 벽을 가득 채운 만화와 무협지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책을 읽었다.
큰외삼촌은 농부였기 때문에(물론 지금은 농사일을 그만 둔지 오래다) 만화방을 돌 볼 수가 없었고, 이러한 이유로 나는 6학년의 어느 봄날부터 가을날까지 수개월 동안 만화방을 지켰다.
나는 학교를 마치면 만화방 문을 열었고, 저녁이 되면 만화방 문을 닫고 외가로 가서 큰 외삼촌에게 정산을 한 후, 집으로 귀가하여 저녁을 먹었으며,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는 몇 개월을 보낸 것이다.
이때 나는 순정만화를 제외한 만화방의 만화 전부를 읽었다. 그리고 만화방에 있던 일반 소설과 무협지도 모두 읽었다. 몇 개월 동안 읽을거리가 넘쳐나다 못해 버거울 정도였던 것이다. 집에 책을 가져가서 읽으면 어느 듯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기 때문에 매일 잠이 부족하였지만, 도저히 읽는 재미를 멈출 수가 없었다.
엉뚱한 책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어린 나이였다. 사고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에 정작 읽어야 할 책은 읽지 못하고, 엉뚱한 책을 읽은 것이다.
약이었을까, 독이었을까?
그렇다면, 과연 이때의 책 읽기가 내게 약이었을까, 독이었을까? 약이 되어 지금 이만큼이라도 글을 쓰는 것일까, 독이 되어 아직까지도 얕은 글만 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