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마지막 날

삶을 쓰다

by 시인 손락천

비 올 듯한 날씨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울음 터지지 않은 슬픔이 울음 터진 슬픔보다 깊은 것처럼, 불퉁한 날씨는 자근자근한 미열의 참기 힘든 후텁함이다.


마흔넷, 오월의 마지막 날을 후텁함으로 보내버릴 수야 있나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방법도 없다. 생각하면 사람은 마치 산을 움직일 것처럼 큰소리 치고 다니지만, 실제로는 이토록 아무것도 제어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출근길, 출근을 뒤로하고 신천강변의 아름드리 수양버들 나무 밑에 잠시 앉았다. 평생을 쫒던 조급함이 사라진 탓이다. 쫓길 이유가 전혀 없었던 쫓김. 그 정체모를 열병이 나은 것이 불과 작년 겨울의 일이었다.


내가 나를 모르고 살아왔다는 깨달음이 준 해방이었다. 덕분에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 덕분에 많은 짐을 벗기도 하였다.




묻는다. 이별이 슬프지 않으냐고. 말한다. 이별은 슬픈 것이라고. 그러나 묵힌 아픔은 이별보다 더욱 슬픈 것이어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별을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를 알지 못한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이었을까. 마치 마흔넷 오월의 마지막인 오늘 같은 답답함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안다.


돈 걱정도, 직장 걱정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다. 이상한 일이지만, 쫓김에서의 해방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분명해질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이. 그리고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사는 것이라는 것이.





그리고 이제 습관처럼 게 된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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