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창 두드리는 소리

삶을 쓰다

by 시인 손락천

~적이다. ~적인 사람이다.

칭찬일 수도 있지만, 애매한 욕일 수도 있다.


가령, [철학적이다, 철학적인 사람이다]라고 한다면, 철학에 대한 것이거나 철학에 근거한 것인지, 또는 철학을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일견 하기에는 말이나 풍기는 느낌이 철학과 관계가 있는 무엇이거나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철학에 대하여 또는 철학에 근거한 무엇을 말하였거나 실제로 철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지금 나랑 장난하냐]는 느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뉘앙스는 [지적이다, 모범적이다, 이상적이다, 낭만적이다, 합리적이다, 민주적이다] 등등의 [적]이 붙은 모든 말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애매한 모욕성을 걷어내고 순전한 호의를 나타내고자 한다면, [철학의 물음이네요. 지성이 대단하군요. 우리가 바라는 이상에 꼭 맞아요. 낭만이 있어요. 이치에 꼭 맞아요. 민주주의의 본질에 맞아요] 등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심코 든 생각이다. 글을 읽다가 [시적이다]라고 생각한 후에 우연스럽게 와 닿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시적이다]는 말은 시처럼 보인다는 것일 뿐, 시는 아닌 것 같다고 해석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 삶이 너무나 가짜에 익숙하였기에 이토록 [~적]이라는 말에 빠져있는 것일까? 지난 대선에서 주적(主敵) 논란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말에 있어서 적(敵)은 다름 아닌 적(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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