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고 시시한 이야기
바람이 휑한 날.
안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로또 하나를 샀다. 팔자를 고쳐보겠다는 욕심이라기보다는 팍팍한 현실에 위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어리석은 기대와 위안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며 매주 한 장씩을 구입한 게 벌써 일 년째다.
로또 가게를 나오면서 숫자를 마킹하는 것조차 귀찮아 자동으로 출력하는 깜냥에 이 무슨 원대한 기대인가 싶어 풋 하고 웃었다.
[그럼 직접 숫자를 마킹해 볼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플 것 같아 생각과 동시에 포기를 선언한다.
[하하. 꿈은 그냥 꾸는 거야. 계획해서 꾸는 게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는 또 말은 청산유수다 싶어 다시 풋 하고 웃었다.
남의 로또 가게 앞에서 피식피식 웃는 것이 영락없는 미친놈이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지금 방에 누워 로또 번호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앱을 받고 있다는 거다.
이거다.
부끄러워 누구한테 말은 못 하고, 그냥 혼자 키득거린다.
마치 정말로 당첨 번호를 받은 것처럼.
하지만 게으른 탓에 다음 주에도 그냥 자동으로 출력한 로또 한 장을 살 것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던 며칠.
생각했다.
다행이라고.
이렇게라도 웃는 게 어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