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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Apr 30. 2018

변명이다. 에둘러 말하지 말자.  

기억의 지속

나는 무엇을 하며 이 시절을 보냈던 걸까?


  매화가 지고, 벚꽃이 지고, 이제 이팝나무 꽃이 피었다. 하얀 꽃물결이 지나가고, 지나가고, 다시 밀려온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했을까?


  나는 꽃을 보고, 기뻐하고, 아쉬워하고, 다시 감탄하며 이 시절을 보냈던 것일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잘한 살음, 살음에 꽃을 본 찰나의 시간을 뒤로하고, 매양 노여워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며 이 시절을 보냈던 것일까?     


  이 작은 자의 삶에서 계절을 따라 피고 지는 꽃처럼 순전히 기뻐함이란 그다지도 어려웠던 것일까?     



그리워하던 것이 꽃이었다면.


  그리워하던 것이 꽃이라면 그 꽃으로 그리움이 해소되었을 테다. 그러나 꽃을 그리워하였지만, 정작 진정으로 그리워한 것은 꽃 너머의 꽃이었을 테다.


  하여 눈부신 날에도 슬펐던 적이 있고, 슬픈 날에도 미친 듯 웃을 때가 있었던 게다. 그래. 어쩌면 삶이 이토록 우왕좌왕하는 것은 생각과 행동의 방향이 삶의 본질에서 멀어도 너무 먼 까닭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마음의 바람이란 내밀하게 감추인 것이어서 그 정체를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고, 그래서 결국엔 그 언저리일 법한 무엇인가를 겨냥하여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이었을 테다.


  또한 그러하기에 바라보았던 방향과 타케팅하였던 대상이 진실로 바라던 것과는 아주 엉뚱한 그 무엇이 되기도 한 것일 테다.     



변명이다. 에둘러 말하지 마라.


  그러나 변명이다. 에둘러 말하지 말자. 현실에서 타게팅한 대상도, 혹 그 이면에 있었을 다른 모양의 소망도, 결국에는 그 모두가 내 소욕한 그대로의 대상이고 본질이었다.


  마치 다른 차원의, 고매한 본질로서의 바람이 있었던 것처럼 삶을 호도하지 말자.


  결국 나는 그러한 태도로 인하여 매화가 지고, 벚꽃이 지고, 다시 이팝나무 꽃이 피는 지금에도 그 꽃들처럼 제 자리에서 향기와 빛깔을 다하지 못하였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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