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일, 사람의 일 1-2
1-2
늘 그렇다. 뚜렷한 답이 없다.
할만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딱히 할만하지도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건은 사건일 뿐, 변호사에게는 어떤 사건도 목을 맬만한 사건이 없고, 그것은 변호사가 당사자 본인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정의에 불타 모든 것을 쏟아 불태우는 변호사라는 것은 그냥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나 나올 허구일 뿐, 결코 현실이 아닌 게다. 대신 그러한 관심과 고민의 부족을 매우는 것이 사무장이고, 어쩌면 그래서 변호사 사무실은 잔바람이 일지언정 태풍이 들이닥치는 일이 없는 게다.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일단은 그렇다. 변호사의 말은 지하주차장으로 승인을 받아놓고 마치 지상주차장을 지으면 되는 것처럼 계약을 했다면, 더구나 그러한 주차장이 구미역사 상업시설의 사용승인조건이라면 그것은 사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지하주차장을 짓기 시작했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임차인이 무슨 이유로 지하주차장을 짓기 시작했냐는 것이다. 즉, 일의 시작은 사기가 분명해 보이지만, 일의 끝은 임차인이 임대인과 합의하여 지하주차장을 지은 것이라는 결론이 되기 쉽다는 거다.
그리고 구미역사 상업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을 완성하여 임차인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임차인이 참지 못하고 임차목적물에 대한 잔여공사를 했냐는 거다. 결국 하루속히 임차한 상업시설을 사용하여야겠기에 그랬다는 변명이 전부일 텐데, 과연 법원이 그러한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만, 무려 1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안은 채 그냥 사건을 묻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 되든지 안 되든지 소송은 제기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변호사의 의견인 게다.
이 말은 된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 있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적은 가능성을 보고 바위를 향해 계란을 던져 보자는 말에 다름이 없다. 설령 그것이 불러 올 시간과 노력이 어떠하든, 우선 사건화 시켜보고 나중에 길을 모색하자는 말인 게다.
작은 사건이라면 그렇게 해도 된다. 비용에 비하여 가능성이 주는 유혹이 더욱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런 성격의 사건이 아니다. 가능성만으로 달려들 만한 덩치의 사건도 아닐뿐더러, 사건의 덩치만큼이나 선임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내일 다시 일호를 찾아가야 할 길이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