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일, 사람의 일 1-3
1-3
오후 3시. 다시 구미역사 상업시설 3층에 발을 들인 것이 벌써 한 시간 전이다.
소금기 짙은 된장을 들이킨 탓인지 목이 탄다. 말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고 계속 물을 마신다. 아니. 어쩌면 애매한 말을 한다는 것 자체에 목이 타는 것일 수도 있다.
“결론은 이미 입으신 손해가 많은데 불확실한 소송으로 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그리고 자칫하면 관계가 악화되어 임차인의 지위마저 잃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선뜻 같이 하자고 하기가 어렵네요.”
결국 이런저런 가능성과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부담감 때문에 의뢰인이 좋아하지 않을 말로 끝을 맺었다.
이것은 사실상 사건을 선임하기 싫다는 의미의 우회적인 표현이었고, 어떻게 보면 변호사에 대한 배신행위에 다름없는 행위였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나는 이 한마디의 말로 부담감 하나를 덜었고, 속이 후련했다.
그러나 그런 후련함도 잠시였다.
“일이 이만큼 진행되어 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관계가 바로잡힐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아니, 꼭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고집스럽게 진행된 일인 겁니다.”
“그것은 내 자부심이기도 하고 내 존재의 증명이기도 한 일이었던 게지요.”
일호는 회의실 탁자에 놓인 식은 커피 잔을 만지며 조금씩 베어 물며 말을 이었다.
“어렵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하고자 한 일이 아닙니다.”
“어렵겠지요. 무척 어렵겠지요. 그러나 어려운 일이지만, 동지가 되어 손잡고 일 한번 되게 만들어 봅시다.”
“어떻게 되더라도 원망할 내가 아니고, 또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을이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된다는 구조에 대하여 돌 한번 같이 던져 봅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래서는 안 되는 세상이어야 하니까요.”
힘이 풀린다. 나는 연신 쏟아지는 식은땀에 자꾸만 밀려 내려오는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렸다.
내색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결과는 원한 결과가 아닐뿐더러 너무나 고생할 것이 훤한 결과인 까닭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말하는 상대방을 두고 판을 깰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깊이 생각하는 듯 눈을 감고 잠시를 버티다가 미간 사이의 주름을 그대로 남긴 채 눈을 떴고, 말했다.
“그렇군요. 훌륭합니다. 되든 안 되든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요.”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결코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힘내서 사고 한 번 크게 치지요. 아무리 잘못되어도 까무러치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악수를 하는 일호의 손이 무척 두껍다. 종이와 펜과 자판을 두드리는 내 손에 비하여 무척 거칠고 두꺼운 손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