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일, 사람의 일 1-6
1-6
2010년 10월 29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24호 법정.
박변호사가 평소의 성격답지 않게 안경 너머의 재판장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피고가 여러 가지의 주장과 검토하기도 벅찬 다수의 증거를 제출하고 있습니다만, 이 사건은 그렇게 복잡한 사건일 수가 없고, 이렇게 긴 변론이 필요한 사건도 아니라고 사료합니다.”
“피고는 원고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구미시에 주차장을 지상으로 건축해도 될지 아니면 반드시 지하주차장을 건축해야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또한 이후에도 서로 협의하여 원고 스스로 지하주차장을 건축하기로 결정하여 이를 건설회사에 도급하여 시공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합니다만, 임차인일 뿐인 원고가 건축주가 밝히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그것도 국가기관에 준하는 한국철도공사가 스스로 밝히지 않은 사용승인 조건에 대하여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또한 굳이 원고가 구체적으로 위 사항을 확인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즉, 원고는 계약을 체결할 때 주차장을 건축하겠다고 약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미역사 상업시설의 사용승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지하에 주차장을 건축하고 그 지상에 광장을 조성하는 공사를 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피고가 마치 지하주차장이 아닌 지상주차장을 건축하면 되는 것처럼 원고를 속였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으로 약정이 된 것일 뿐입니다.”
“또한 상업시설의 잔여공사 역시 여러 회의록에 그에 대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토의 내용이 나오고, 그래서 일단 원고가 그 잔여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그 공사비 부담을 명확하게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 내용 같은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구체적인 사실을 고려하고, 또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을 완공하여 임차인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 임대차계약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잔여공사비와 관련하여서도 더 이상 길게 변론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본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을 속히 종결하시어 선고기일을 잡아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맞는 말이다.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든 증거에 따라 형성된 심증으로 판단하면 될 뿐, 이 사건은 이렇게 오랫동안 질질 끌 사건이 아니었다.
질질 끌 이유가 있다면, 필시 그것은 당당할 수 없는 무엇이었을 테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박변호사의 주장이 너무 강경하여 당황하였던 탓인지, 재판부는 피고의 소송대리인에게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한 번 더 정리하기를 요구하였고, 그것으로 다음 변론기일을 진행한 다음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잡겠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