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일, 사람의 일 1-7
1-7
사람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할 뿐이고, 일의 성사는 하늘이 결정한다. 그것이 운명이고, 그러한 운명은 소송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유난히 눈썹이 짙은 데다가 눈썹이 머리카락처럼 자라기까지 한다. 그러하기에 눈앞을 가리는 눈썹을 신경질적으로 검지로 밀어 올리는 습관이 생겼고, 그래서인지 미간의 일자 주름이 유달리 두껍고 짙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버릇이 여과 없이 거칠게 튀어나왔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다음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나면 사건이 종결되고 어떻게든 판결이 나올 텐데, 굳이 지금 이러한 시점에서 합의라니요? 합의라는 것은 말이 좋아 합의인 것이지, 판결과는 달리 언제든지 깰 수 있는 약속인 것을요.”
그러나 일호는 결코 찡그릴 수 없을 것 같은 코끝을 찡그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것은 별것 아닌 것 같은 몸짓이었지만, 내게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전조로 느껴졌다.
“내 이 일을 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쩌면 다시 속을 지도 모르겠지만, 내 그렇게 물렁한 사람은 아니요. 잔여공사에 대한 손해배상은 그대로 남겨두고 지하주차장에 대한 손해배상은 취하하도록 합시다.”
“한국철도공사가 공사비 80억 원 중에서 반을 부담하고, 또 향후 10년 동안 주차장에서 발생한 수익을 우리 회사에서 갖도록 하겠다니, 그렇게만 된다면 애초에 우리가 30억 원을 들여 주차장을 짓기로 했으니까, 비록 당장에는 나머지 1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손해가 모두 만회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본 일호는 일단 결심을 하면 그 결심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었고, 결코 장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우환(약속이 파기될 우려) 때문에 머뭇거리며 일을 미룰 성격이 아니었다.
나는 검지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느릿느릿 대답을 했다. 이것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 그러나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았을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그렇다면, 합의가 잘되기를 희망해야겠지요.”
“이제까지 해 온 일이 있고, 쓴 마음이 있는데 무조건 잘되겠지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합의문이 작성되면 연락 주십시오.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할 테니까요.”
나는 대충의 윤곽만 전해 들었을 뿐 합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일호는 자신의 일을 쉽게 남에게 밝히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으로 하여금 자신의 일로 인하여 부담을 가지지 말도록 하기 위한 배려일 게다. 어찌 되었든 내가 또는 박 변호사가 합의에 관여하게 되면,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어떤 식으로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테니, 그런 면에서는 일호의 배려가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