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10

하늘의 일, 사람의 일 1-10

by 시인 손락천

1-10


2011. 2. 12. 일호가 항소이유서를 들고 왔다.


항소이유서의 내용은 1심이 판결한 공사의 내역이 구미역사 상업시설의 잔여공사가 아니라 사실은 서브프라임이 상업시설을 임대하기 위하여 한 인테리어 공사였기 때문에 그 비용은 한국철도공사가 아니라 서브프라임이 부담하여야 할 공사였다는 거다.


말 그대로라면 맞는 말이다. 인테리어는 건축주가 아니라 임차인이 자기의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고,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공사를 하였다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 인테리어를 철거하여 원래의 상태로 임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한 이유만으로 항소를 한 것이라면 큰 걱정이 없다.


구미역사 상업시설의 준공도면을 보면 그것이 상업시설의 잔여공사인지 인테리어 공사인지를 금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준공도면에 표시된 공사라면 그것은 상업시설에 대한 본래 공사일 뿐, 결코 인테리어 공사일 수가 없다.


그러나 찜찜한 것은 이것이 치열한 싸움의 연장전이라는 데에 있고, 더구나 그 상대가 기본적으로 나보다 강한 상대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싸움에서는 열세에 있던 우리가 오히려 이겼던 싸움이라는 데에 있다.


싸움을 할 때 일부러 자신의 허점이나 허술함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것은 섣부른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고, 별것 아니구나 하는 방심을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대로라면 한국철도공사가 항소의 이유로 내민 카드가 너무나도 유치하고 우습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수가 있다는 거다. 그 숨겨진 패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렇다는 거다.


호랑이는 자신의 강함으로 정면 승부를 한다. 설사 꾀에 걸려 호된 혼쭐을 당했더라도 피하면 피했지 암수를 쓰지 않는다. 어쩌면 한국철도공사는 덩치와 힘은 호랑이이지만 그 본질은 여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