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일, 사람의 일 1-9
1-9
회사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이 바닥으로 왔을 때, 초짜였던 나는 모든 것에 서툴렀다.
한 번은 사무실에 전화가 왔었다. 받아보니 법원출판사란다. 그래서 왜 전화했는지를 물어보니 호텔이 어떻고, 골프가 어떻고 한다.
그것은 영락없는 영업 혹은 홍보 전화였다. 그리고 평소 우유부단했던 나는 그날따라 무척 단호해졌다.
그래서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우리는 그런 거 안 한다.’고. 그리고 시원하게 전화를 뚝하고 끊어버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당시 대구지방법원에는 최모 판사가 있었고, 그 판사가 변호사와 친구였으며, 여행 약속을 했던 게다.
나는 그렇게 일정을 확인하기 위하여 변호사에게 했던 판사의 전화를 ‘그런 거 안 한다.’며 딱 잘라 끊어버렸던 게다. 그리고 그 일로 내가 몹시 엄한 꾸중을 들은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그게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다.
우리는 우리가 들은 대로 판단하고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때로는 용기를 내어 그 진실을 향해 단호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짐짓 그러한 단호함에 스스로 흐뭇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실은 모른다. 당장에는 실제로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내용으로 들은 것인지, 아니면 잘못 들은 것인지를 알 방법이 없다. 또한 당장에는 내게 말을 한 그 역시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알 방법이 없다.
우리는 그냥 그때그때 믿은 대로, 그리고 그때그때 판단한 대로 움직일 뿐이다. 혹은 진실일 수 있지만, 혹은 전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그것으로 말이다.
2011. 1. 10. 한국철도공사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였다. 아직은 항소장만 제출된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항소를 한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이제껏 들고, 보고, 판단하였던 내용대로라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서 현재로서는 전혀 불리할 것이 없지만, 꼭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의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나는 마치 억지로 잠을 깬 것처럼 기분 나쁜 멍함에 머리가 아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