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11

하늘의 일, 사람의 일 1-11

by 시인 손락천

1-11


2011. 5. 10. 한국철도공사가 일호를 업무상 배임과 횡령으로 고소했다.


이유는 한국철도공사가 서브프라임에게 지하주차장 공사대금의 용도로 40억 원을 투자했는데, 서브프라임의 대표이사인 일호가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한국철도공사에게는 배임의 죄를, 서브프라임에게는 횡령의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날, 한국철도공사는 서브프라임에게 임대차 계약해지 통보를 하였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형사고소와 같은 이유였고, 다른 하나는 서브프라임이 약정한 월차임을 계속 연체하였다는 이유였다.


“아주 작정을 했군요. 양아치도 아니고 무슨 형사고소까지. 이건 뭐 그냥 했던 거 다 내놓고 찍소리 말고 나가라는 말이군요.”


그런데 오히려 일호는 태연한 것 같았다. 물론 속으로야 태연 하겠냐 마는. 어찌 되었든 이것은 일호의 강점이기도 하고, 굳은 마음이기도 했다.


“믿음을 배신한 겁니다. 배신했으면 배신한 값을 받아야지요. 구속 운운하지만 설사 구속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 모르지만 계란도 계란 나름 아니겠습니까!”


말은 쉽지만, 나는 이미 그 일련의 과정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굳이 지금 말해서 일호를 심란하게 할 이유가 없다 싶어 말을 아꼈다.


“일단 투자금의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자료를 주세요.”


“그리고 계약해지를 통보하였으니 건물명도소송이 들어올 겁니다. 우선 지하주차장에 대한 합의가 사기행각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합의 당시의 자료를 모아 주세요. 그리고 계약을 계속 유지할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손해배상청구로 맞불을 놓을지 고민해봅시다.”


일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은 웬일인지 다만 두툼하게 입을 앙다물 뿐, 특유의 코끝을 찡그리는 제스처도 하지 않았다.


“상업시설을 살릴 수 있는 건 나 일호뿐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자금을 들고 와도 그런 상권으로는 상업시설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나의 판단도, 그것을 알지 못한 철도공사의 판단도.”


일호는 사업가다. 물 건너 간 사업이지만 애정을 가졌던 거다. 원망할 것과 원망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구분, 그 구분에서 비롯된 미련이 아닌 애정을 말이다. 새삼 일호가 대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