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 대한 예의, 그리고 나에 대한 예의 2-1
2-1
남도여행으로 여름휴가를 보냈다.
대구지하철공사에 다니는 친구와 경북대학교 철학과 소속의 강사로 있는 선배가 함께였다.
첫날에는 보성 차밭을 들린 후 해남의 땅끝마을로 갔다. 고향이 포항인 탓에 바다는 그냥 바다려니 싶었지만, 보성 차밭은 달랐다. 먼저 진입로를 통째로 채운 편백나무에 놀랐고, 푸르스름한 차나무 군락이 운무에 싸인, 그러한 몽환적인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나는 눈으로 확인된 그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사진에 담으려 애썼지만, 사진은 실물을 그대로 담지 못했다. 신비와 경이는 원래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던 게다.
다음날엔 강진의 다산초당과 완도의 몽돌 해수욕장에, 그 다음날엔 고산 윤선도가 원님으로 있었다는 신지섬에 갔고, 그곳에서 말로만 듣던 명사십리를 걸었다.
우거진 숲과 세찬 파도 소리. 그래 휴가는 이런 것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지만, 사실은 집이 더 고생이다.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찌든 마음이 더 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