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에도 없는 16

그들에 대한 예의, 그리고 나에 대한 예의 2-4

by 시인 손락천

2-4


생각하면 황당한 사건이지만, 세상일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가벼운 사고였다고 하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그러한 정신적인 문제로 인하여 발기부전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리고 경추부의 염증이나 견관절의 상극건 파열 역시 사고 당시에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예 그러한 병증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보통 같으면 며칠 푹 쉬면 아무 일도 아닐 가벼운 접촉사고였지만, 재수가 없으면 피해자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지만,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 명사십리에서의 해프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일이지만, 그것이 실제의 불행으로 다가오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뿐인 게다.


택시공제조합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이유에서 피해자를 나쁘게 보지만은 않는다.


피해자 본인도 오죽 답답할까. 아마 소송을 수행하면서 하루하루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제대로 택시공제조합의 편을 들 수가 있을까를 반문한 채, 그래도 일은 일이라며 법원에서 복사해 온 소송기록을 뒤적였다.

매거진의 이전글진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