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건네받는다
표와 바꿔 줄 것이 없어
벤치에 앉아 옆자리를 비워 놓는다
열차는 아직 먼 곳에 있다
압축되어 다가오는 소리가
잠시 멈추어 놓는 시간에
아무렇지 않게 눈을 뜬다
옆자리에 모자가 놓여 있다
누군가가 벗어 놓은 모자를 뒤집으면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비집어 나오는 사람들 중
몇은 모자를 썼고
몇은 모자를 쓰는 중이고
몇은 모자를 벗는다
햇볕이 뜨겁다
역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일어나면
축축해진 자리가 말라 간다
그동안 축축하게 고여버린 그림자와
역무원 앞에 서서 표를 건네는
모자를 뒤집어쓴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