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가
Written by 김세훈
2025년의 문턱에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다짐을 했습니다. 도시의 이야기를 더 자주, 더 진솔하게 기록하겠다고. 교수라는 직함은 종종 스스로를 SCI급 논문의 틀 안에 가두곤 합니다. 물론 논문은 훌륭한 지식의 보고이지만, 도시의 진짜 모습은 그런 격식 밖에서도 드러날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 안에 남은 총기가 더 흐려지기 전에, 이 순간 한국의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검증보다는 살아있는 이야기와 따뜻한 관찰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도시 관측력'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도시를 매일 경험합니다. 도시에서 공부와 비즈니스를 하고 도시의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하죠. 이런 도시와 공간을 볼 줄 아는 능력은 중요한 자산이자 뛰어난 지능입니다. 이런 안목을 지닌 사람은 아무 곳에서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습니다.
생기 넘치는 장소를 찾아 훌륭한 사람들과 일하고, 격 있는 동네에 집을 마련하거나 기업 차원의 투자 의견을 제시하죠. 그렇다고 값비싼 공간이나 유행하는 장소만을 쫓아다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지만 안락한 곳, 자연이 싱그럽고 재능을 나누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부터 여러분의 탐색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도시를 삶의 무대로 삼는 분들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만합니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때로는 어지러운 아파트 가격의 숫자 사이에서 공간이 나타내는 특별한 순간과 기회를 포착하는 직관의 힘이 바로 도시 관측력입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려 보겠습니다. 관측력은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모두가 보면서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점을 알아채고 나의 의사결정에 내재화하는 감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시는 단순히 행정구역상의 도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도시적 일상과 도시에서 잠시 멀어진 일탈의 흔적이 펼쳐지는 모든 공간을 포함합니다.
세상의 공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발견의 공간'과 '잉여의 공간'. 전자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이 모여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는 실행도 높은 곳이고, 후자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이들의 발자국만이 남는 곳입니다. 이러한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진정한 도시 관측력은 일시적인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10년, 그 이상 지속될 본질적인 변화를 포착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도시 관측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이유로 설명이 어려운 사건과 새로운 삶의 표준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때로 불안을 느낍니다. 하지만 불안이 현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때야말로 우리의 관측력을 더욱 날카롭게 갈고닦아야 할 때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도시는 너무나 일상적인 환경이라 그 변화의 흐름에 우리는 종종 무감각해지니까요. 하지만 관측의 힘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반복하면 쌓이고, 쌓이면 강해집니다.
여러분의 2025년은 예리한 도시 관측력으로 빛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