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문연준 / Cushman and Wakefield
철수하는 공장을 배웅하며 묻는다. 어떤 산업으로 다시 그들을 불러올 수 있을까.
해외기업의 한국 산업 진출(혹은 철수) 시 필요한 부동산 임대차와 매입매각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요즘은 한국에 진출하기보다는 사업을 접고 철수하려는 기업이 더 많다. 한국이 주요 산업으로 경쟁 우위를 가졌던 제조업과 화학 분야가 중국으로 넘어간 영향이 크다. 실제로 이번 하반기 우리팀에 공장 매각을 의뢰한 건이 30건은 되는 것 같다. 정말 잘 나가던 대기업이었지만, 해당 산업의 부진으로 사업 중단, 혹은 해외기업의 한국 철수 등으로 공장을 매각하려는 건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공장 임차가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느 국가에서든 쉽게 사라지지 않는 산업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 끝에 내수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는 식품 산업이다. 식품 산업은 소비가 경기 변동이나 글로벌 생산기지 이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특히 가공식품, 냉장식품, 즉석식품과 같이 유통/보관/위생 기준이 중요한 식품은 현지 생산과 물류 거점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해외 생산으로 전환하더라도 신선도와 관세 등의 이슈로 일정 규모 이상은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이 필요하다. 게다가 아무리 수입품이 많아진다 하여도 먹거리는 자국에서 생산 되는 게 기본일테니, 식품 산업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세계화가 진행되어도, 먹거리만큼은 자국의 땅에서 시작되고 끝나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한창 독점을 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주력할 수 있는 산업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메디컬이다. 규제와 품질 관리가 핵심인 의약품, 바이오, 헬스케어는 단순히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이전하기 어렵고, 각 국가의 인허가 체계와 임상 및 유통 인프라에 깊게 묶여 있다. 특히 완제 의약품, 의료기기, 체외 진단 시약 등은 국내 시장 대응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현지 생산시설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반도체 분야이다. 특히 후공정, 소부장, R&D 측면에서 한국의 인력 풀과 기존 클러스터를 타 국가에서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인력, 장비, 소재, 연구개발이 집적된 클러스터를 형성해 왔으며, 이는 단기간에 다른 국가가 모방하기 어려운 자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 축적과 운영 안정성의 문제도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숙련된 인력의 밀집, 협력사와의 물리적 근접성,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산업 생태계 등을 결정적인 경쟁력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을 닫은 공장들, 그리고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도대체 우리나라 산업의 운영은 왜 환대받지 못하는 실정인가. 사실 나만 해도 선호하는 해외제품이 꽤 있고, 유통이 빠르고 안전히 이루어지는 만큼 더욱더 해외배송에 대한 주저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 같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속가능한 사업을 잘 유지하고, 떠오르는 산업군을 잘 발전시켜서 타 국가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되찾아 선순환을 갖기를 바란다.
* 이 글은 2025 도시관측 챌린지 활동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