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가 사라질 위태로운 미래
Written by 김세훈
2024년부터 2033년까지 불과 10년 만에 우리나라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의 수는 138만에서 76만 명으로 45% 감소합니다. 결국 지금 학생 수의 55%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도시가 크든 작든, 출산율이 높든 낮든, 일자리가 많든 적든 어떤 곳도 인구 감소의 충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저출산 국가입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우리의 낮은 출산율을 보고 놀란 한 해외대학 교수의 탄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별로 유쾌했던 순간은 아닙니다. 정말 저출산은 우리나라를 침몰시킬 재앙일까요? 앞으로 더 작아질 도시와 지역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죠.
지금 시점에 여러 연령대 중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세대는 10대 초반의 아이들입니다. 그림 1을 보시죠.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학교 4~6학년의 총인구는 138만 명입니다. 학교에 아이들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윗세대인 중학생 및 고등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이죠.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현저한 폭의 감소는 아닙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좀 다릅니다. 지금부터 3년 후, 즉 지금의 초등학교 1~3학년이 4~6학년이 되는 해에는 이 숫자가 124만 명대로 줄어듭니다. 다음 3년 후에는 94만 명대, 다음 3년 후인 2033년에는 고작 76만 명대로 떨어지죠. 위 그림의 녹색 그래프의 계단식 감소가 보이실 것입니다.
즉, 2024년부터 2033년까지 불과 10년 만에 우리나라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의 수는 138만에서 76만 명으로 45% 감소합니다. 결국 지금 학생 수의 55%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듦에 따라, 미래 전망은 이렇습니다. 좀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 10년 내 초등학교 학급의 절반이 사라짐 (혹은 사라져야 함)
- 초등학교 교사, 직원, 관리자, 방과 후 선생님 중 절반이 사실상 실직
- 지역마다 한두 곳의 학원가만 남고 대부분 소멸
- 지방의 경우 초·중·고등학교의 비자발적 통폐합 진행
- 통폐합된 학교 주변으로 젊은 가구가 몰리면서, 그 외 지역의 공실화 가속화
무척 암울한 전망입니다. 숫자만 작아지는 게 아니라, 인구 증가의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증폭되었던 지역의 경쟁력과 정주성이 현저히 악화합니다. 앞의 글에서 말씀드린 FADE 모델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는 단편적인 통계입니다. 한 지역이나 도시가 진짜 작아지는지 판단하려면 인구나 출산율만 봐서는 안 됩니다. 장기적 출생아 수와 인구의 순이동(전출입) 추세를 같이 봐야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출산율 기준 상위 10곳, 하위 10곳을 살펴봤습니다. 그림 2를 함께 보시죠.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시·군·구 중 출산율이 가장 높은 10곳은 모두 인구가 10만 명 이하인 작은 도시입니다. 영광(1.65명, 1위), 강진(1.46명, 2위), 의성(1.41명, 3위) 등이죠.
그중에서 김제와 해남을 제외하면 인구 5만 명이 안 되는 아주 작은 군에 해당합니다. 이들 지역이 평균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점은 나름 고무적이지만,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그곳에서 한 해 태어나는 평균 출생아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출산율 1위인 영광의 경우 2002-06년 출생아 수는 연평균 510명 수준에서 2017-23년 443명으로 줄었습니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죠. 참고로 영광, 강진, 의성, 인제, 청송, 진안, 임실, 양구 등은 조사 당시 2023년 출산율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022년을 기준으로 연평균 출생아 수를 산정했습니다.
어떤가요? 아주 큰 감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출산율이 인구의 자연증가로, 또 도시 인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희망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출산율 상위 10곳 중 양구 한 곳을 제외하면 지난 10년(2013-23)과 그전 10년(2002-12) 사이에 20대와 30대의 순유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직 빠져나가고 있지만, 감소의 폭은 과거보다 줄어드는 것이죠.
인제의 경우 독특한 인구 패턴을 나타냅니다. 2021년과 22년에 상당수의 청년 순유입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0년간 일자리 수 증가율도 상위 10곳 중 인제가 1등입니다. 무려 2배가 훌쩍 넘도록 늘어났죠.
반면,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도시 10곳은 인구가 많은 특·광역시입니다. 그중에서 서울이 8곳, 부산과 대구가 각 1곳이죠.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부산 중구는 0.32명, 서울 관악구가 0.39명, 종로구가 0.41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도시의 출산율은 낮은 편이지만, 이 정도로 낮은 곳은 무척 드뭅니다. 5년 단위로 본 출생아 수는 2002-06년 대비 최근 절반에서 4분의 1토막 났죠.
출산율도 낮고 출생아 수도 줄어드는데 20대와 30대도 한 해에 2천 명 가까이 빠져나가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 도봉구, 강북구와 대구 서구입니다. 인구 활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마포구와 관악구는 젊은 인구의 유입이 상당합니다. 그럼에도 두 지역은 성격이 다릅니다. 관악구는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의 베드타운입니다. 이들은 잠시 머물다가 40대 이후가 되면서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많죠. 그에 반해 마포구는 상권, 문화시설, 일자리가 모두 풍부합니다. 중장년이 되어도 다양한 형태로 정착할 수 있죠. 지난 20년간 일자리는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비교군 도시들 중 성장률 1등입니다. 그럼에도 한 해 출생아 수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오늘날 한국에서 도시가 크든 작든, 출산율이 높든 낮든, 일자리가 많든 적든 어떤 곳도 인구 감소의 충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역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사회 전체가 다 같이 부유해지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 모델은 절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위태로운 미래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