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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을 통한 진화

서로 이어지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김세훈


이 시대의 키워드는 '연결'입니다. 연결을 통한 집단적 사고, 판단, 개선 등 메타인지와 그에 따른 행동력 여부가 기업과 도시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연결을 통해 진화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맙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각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도의 대응은 특히 강경했죠. 14억 인구를 대상으로 전면 도시 봉쇄를 실시했습니다. 생필품 구입을 제외한 모든 외출을 금지했고, 무단 외출 시 경찰은 사정없이 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길거리에서 얼차려 같은 물리적 제재를 가하는 모습도 흔했습니다.


정부의 강압적인 통제에 대해 "국가가 바이러스를 잡아야 하는데, 선량한 국민들만 때려잡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민들의 반발은 거셌고, 국가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인도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6월까지 GDP는 전년 동기 대비 23.9%나 감소했으며, 실업률도 치솟았습니다.


단지 대처가 서툴렀던 것이 아닙니다. 권위주의적 통치와 폐쇄적인 사회의 진짜 모습이 위기 상황에 드러난 것입니다. 최근까지도 인도 정부는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언론 통제와 인터넷 차단, 소수자 및 여성 탄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를 꼭 짚어 이야기한 점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어려움 속에서도 구성원 간 수평적인 소통,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상호 존중과 성장의 감각을 나누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폐쇄적인 사회는 위기에 취약하고 대응은 더 권위적으로 흐릅니다. 심지어 충격 후에도 회복 탄력성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강력한 정책을 개방적인 소통과 함께 운영해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함께 대만,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했지만 동시에 투명한 정보 공유와 검사 확대, 자가격리 시행, 마스크 캠페인 및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피해를 줄여 나갈 수 있었습니다. 권위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과 역량을 모으고, 실험을 통해 학습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하는 과정을 밟은 경우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바로 개방적인 사회의 저력, 그리고 '연결'의 힘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 각국에서 신 권위주의의 등장, 극좌와 극우 대립, 21세기판 제국주의 시대에 이런 연결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연결을 통한 진화는 기존 경계와 범주를 넘어 환경이 주는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재능과 사회, 자본이 연결되어 공진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MIT 경영대학원의 토마스 말론 교수는 저서 ≪슈퍼마인드(Superminds)≫에서 연결의 힘을 강조합니다. 말론은 다양한 시야와 전문성을 갖춘 개방적인 개인들을 '마인드'라고 부릅니다. 개별 마인드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집단지성을 발휘하면 그 집단은 '슈퍼마인드'로 성장합니다.


이들 마인드의 복합체는 대안을 함께 만들고, 집단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며, 결과를 학습해 방안을 개선하고, 외부 환경을 지각하고 시행착오를 기억하는 등 총체적 메타인지가 잘 발달한 집단입니다. 이들은 개별 구성원의 능력을 단순히 더한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내죠.


앞의 글("인류 최초의 도시는 제국이 아닌 '연합'이었다")을 한번 떠올려보시죠. 당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초기 인류는 원래 살던 곳을 떠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정착하여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열었습니다. 에리두, 우르, 우르크, 키시 등 여러 개의 최초 도시가 형성되었죠. 이 도시를 일궈낸 사람들도 고대판 슈퍼마인드라 할 수 있습니다. 극도로 건조한 기후와 잦은 강의 범람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농업 문명을 개척했습니다. 이와 함께 처음으로 대규모 수로와 농경지를 만들었고, 인류 최초의 문자, 최초의 행정문서, 최초의 초대형 건축물, 최초의 도시국가 연합을 만들어냈습니다. 강력한 유일신이나 제국형 절대 군주가 없는 상태에서 최소 수 만 명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일군 문명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현대판 슈퍼마인드의 등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세계 디지털과 AI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업이나, 세계적인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한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도 마찬가지죠.


한 예로 미국 뉴욕에 자리 잡은 화이자는 독일 마인츠의 기업 바이오엔텍과 국경을 넘어 협력했습니다. 그 결과 미 식품의약국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mRNA 백신 화이자의 개발이 가능했죠. 바이오엔텍은 mRNA 후보 물질의 설계와 초기 임상시험을 주도했고, 화이자는 대규모 임상시험 및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한 백신 보급을 담당했습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약 95% 예방 효과를 올렸고 전 세계 10억 회 이상이 접종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GPU 기술을 더 넓은 디바이스 생태계로 확장하기 위해 영국의 반도체 설계사 ARM과 협력했고,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첨단 공정 기술을 활용했으며,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사와 협력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NVIDIA DRIVE를 개발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분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한 기업이죠. 참고로 2024년 11월 기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61조 달러(약 5천조 원), 12월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3.86조 달러(약 5천700조 원)입니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한화 5천조 원이 넘는 기업이 되었죠 (물론 시가총액이야 늘 움직이는 거죠. 2025년 3월 기준으로 보면 엔비디아가 3조 달러, 애플이 3.6조 달러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개인은 우수한 집단에 속한 상태에서 다른 집단과 협력하는 것만으로 남다른 기회를 움켜쥘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큰 조직은 결국 시장 지배력이 엄청났고 그 안의 나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지위를 움켜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1세기는 다릅니다. 집단의 규모나 국가의 힘은 개인의 역량이나 안정성과 별개입니다. 성과가 좋은 기업이라도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수월성의 유효 기간이 짧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액 주주들이 기업의 경영진을 갈아치우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죠. 개인과 소수의 집단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고, 이들이 연결되어 세상의 의미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기업이든 도시든 연결을 통해 진화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맙니다. 지금 갖고 있는 가치를 지렛대 삼아서 더 깊이, 더 넓게 진화하지 않으면 금방 어려움에 부닥치고 맙니다.


물론 이어진다고 늘 같이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진화의 필수 조건이 있죠.

다음 글에서 이를 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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