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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 시티와 스마트 축소 (2)

작아지는 지역과 강해질 지역을 연결하기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김세훈


축소하는 지역을 관리할 때 작은 톱니바퀴 하나라도 제대로 맞물리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멈춰 설 수 있습니다.



인구감소 지역을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곳과 매우 낮은 곳이 섞여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잠재력이 큰 사이죠. 아래 그림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에서 X 축은 밀도입니다. 인구밀도를 기준으로 하지만, 각종 도시활동의 전반적인 밀도라고 봐도 괜찮습니다. 우측으로 갈수록 고밀 환경이고, 좌측이 저밀 환경이자 쇠퇴가 극심하게 나타나는 곳입니다. Y 축은 그 지역을 유지관리할 때 들어가는 총비용입니다. 도로 유지관리, 상하수도 공급, 폐기물 관리, 공공의료와 영유아 복지 등 각종 공공 서비스와 일부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포함됩니다. 대체로 인구 밀도가 낮고 쇠퇴하는 지역에서 인구 1인당 유지관리 비용은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그림 4.jpg 컴팩트 지역과 스마트 축소 지역의 연계 방안 (출처: 일본 ‘컴팩트한 마을만들기 연구회’에서 토야마 시를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다시 작성)


이 기준에 따르면 그림에서 A 지역은 '스마트 축소' 대상지입니다. 인구밀도가 낮아서 한 사람당 도시관리나 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 부담은 큰데, 투자에 따른 생산성 증대는 높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무작정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삶의 질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여러 정책과 금융 지원을 통해 인구, 주택, 기반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돕습니다.


이전 후 그냥 방치하는 게 아닙니다. 농촌 지역의 경우, 남은 집이나 자투리땅은 텃밭이나 숲으로 복원하고, 조금 큰 땅은 고부가가치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이나 경제림 등으로 전환합니다. 청년농부 육성 학교도 운영할 수 있죠.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 안에서 유통될 뿐 아니라 온라인 도매시장과 전국 단위의 거래망을 통해 다른 곳에서도 팔립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의 종자를 보급하고, 산림의 경우 산주를 설득하여 전문 경영인이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조정합니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도 필요합니다. 경제성이 낮은 노선버스 대신, 개별 수요자를 점과 점으로 이어주는 다인승 DRT 같은 서비스를 도입합니다.


반면 B 지역은 '컴팩트 시티' 대상지입니다. 어느 정도의 밀도와 주간 활동량이 유지되고 있어 공공과 민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큽니다. 단위 인구당 비용은 크게 낮아지죠. 이 중에서도 접근성이 우수하고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거나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선별해 도시 기능을 모읍니다. 축소 지역에서 생산한 농식품을 소비하는 시장이 되기도 하고, 이곳에서 확보한 토지개발 이익의 일부를 인접 지역에 재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A, B 지역을 연결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y = f(l, k, i) ✕ ADE 에서 인재, 자본, 인프라를 두 지역에서 교차하고, 지역 브랜딩과 행정 혁신을 통해 매력(A), 다양성(D), 유연성(E)을 높여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A 지역에서는 축소를 통해 넓은 땅을 확보합니다. 여기에 미생물 배양 공장과 노지 학교, 물류 시설을 조성해 그린바이오 기술을 개발합니다. B 지역에서는 A 에서 만든 바이오 소재를 적용해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고, 미생물 DNA를 분석·개량하는 농식품 연구소와 푸드테크 기업을 유치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B 지역에서 영농 정착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집중 교육한 뒤, A 지역에서 마련한 공공 임대농지와 주택과 이들 청년농을 연결하는 사업입니다. 최근 수직 농장에 대한 입지 규제가 완화되었습니다. B 지역에 있는 미분양 산업단지나 자투리 농지에 수직 농장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작물을 키우고, 큰 규모의 생산과 물류는 A 지역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이렇게 컴팩트와 스마트 축소를 함께 추진하면 불필요한 공공 재정 지출은 줄이고, 중심지와 지역 생활환경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으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충북 옥천군과 충남 홍성군에서는 관련 사업을 시작하고 있죠. 다른 인구감소 지역에서도 이런 모델이 멋지게 작동하는 모습을 하루빨리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악마는 늘 디테일에 있습니다. 이러한 재구조화 작업을 누가 주도하고, 민간과 공공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며, 지자체와 행정의 칸막이를 없애고 사업의 위험 부담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지역 조정을 통해 피해를 보는 주민이나 기업은 없는지 등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축소하는 지역을 관리할 때 작은 톱니바퀴 하나라도 제대로 맞물리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멈춰 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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